여성가족부가 서울에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10일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경기도 광주에 자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찾아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정 장관은 “해방 후 70년이 넘었는데 아직 할머니들이 제대로 된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일본의 사과를 받는 것 못지않게 할머니들이 당한 고통을 기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함께 군 위안부 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눔의 집 전시관에도 각종 위안부 기록물이 전시돼 있지만 접근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여가부는 서울 용산박물관과 가까운 위치에 군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해 전쟁이 가져다준 인권침해와 아픈 역사를 바로 알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장관은 “군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이슈”라며 “군 위안부 박물관이 전쟁과 여성인권의 메카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밝힌 대로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합의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외교는 상호관계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논의를 통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세세하게 검토하고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유족에게 보상금을 전달하는 과정이 담긴 녹취록 공개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피해자 보호 규정’을 근거로 공개하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 나눔의 집에서 정 장관은 만난 강일출(90) 할머니는 “돈이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이 있어야지. 일본으로부터 사죄받아야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군자 할머니는 “아직 명예회복을 하지 못했다”며 정 장관에게 힘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광주=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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