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유증과 혼란은 익히 예고돼왔다. 원청업체 소속 직원들이야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일용직 근로자의 생계는 막막하다고 한다. 공론화 기간인 3개월만 공사를 중단해도 손실액은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원전 폐기가 최종 결정되면 2조6,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든다. 공사 잔량을 포기해야 하는 시공사 손실과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것이 이 정도다. 원전을 유치한 울주군 지역주민과 한수원 노조는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중지 결정을 의결하면 배임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사정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정책 결정 과정의 구조적 결함 탓이 크다. 위에서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보내는 식이다 보니 꼬인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7일 탈원전을 공론에 부치자며 공사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에 ‘협조요청’을 하자 덤터기를 쓴 한수원은 이를 시공사에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산업부는 한수원에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지만 원전규제 당국이 아닌 감독권자가 공사중단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수원 이사회가 13일 재소집될 예정이다. 결론은 뻔하니 한수원 이사회가 졸지에 거수기로 전락할 처지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러고도 절차적 정당성을 입에 올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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