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자동차가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으로만 움직이는 자동차를 2년 뒤부터 생산하지 않고 전기차(EV) 시장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종 업계 가운데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식 시기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볼보가 처음으로 테슬라가 주도해온 전기차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볼보는 오는 2019년부터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마일드 하이브리드(소형 가솔린 엔진과 대형 전기 배터리를 결합한 방식) 등만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솔린차·디젤차처럼 순수 내연기관만으로 구동되는 차를 없애고 2년 뒤부터 모든 신규 제품에 전기모터를 장착해 ‘전기차 업체’로 본격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볼보는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5종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3종은 볼보가 직접 만들며 나머지 2종은 지난달 분사한 전기차 사업조직인 ‘폴스타’를 통해 생산할 방침이다. 앞서 볼보는 2024년까지 디젤차 생산을 중단하고 202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는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식을 선언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우리가 기존 계획을 어떻게 이행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보가 전기차 제조사로서의 전환을 서두르는 데는 지난 2010년 이 회사를 사들인 중국 지리자동차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 리더로 부상한 상황에서 지리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유일한 중국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볼보의 전기차 시장 가세가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다소 뒤진 상황이라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전격 폐지하고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의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지만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 선점 효과가 살아 있다는 평가다. 볼보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지만 연간 판매량이 53만4,000여대에 불과해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10위에 들지는 못했다.
볼보가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면 전기차 생산에 주력해온 테슬라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평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7만6,000대의 전기차를 팔았으며 2020년까지 1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볼보 외에 재규어·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BMW 등도 속속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제조사 간 전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니언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이클 뮤더스는 “볼보의 선언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식이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2020년께는 기존의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도 다양한 전기차들을 내놓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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