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세계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출시되자 전 세계의 탈모 남성들이 쾌재를 불렀다. 남모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인지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약이라는 의미에서 ‘해피 메이커’라고도 불린다.
미국 제약 업체 머크사가 개발한 이 약의 성분명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연구 과정에서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이 밝혀져 탈모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임상 실험 과정에서 남성의 발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발기부전 치료제로 거듭난 비아그라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2008년 특허 만료로 수백 개의 복제약이 쏟아졌지만 프로페시아는 시장점유율이 부동의 1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5월부터 시판됐는데 지난해 거둔 매출이 350억원. 전체 시장(526억원)의 3분의2에 달한다.
프로페시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것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같지만 함량은 5배나 많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약값이 싸기 때문에 프로스카를 4~6등분으로 쪼개 복용하는 탈모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프로스카는 개당 730원 수준인데 프로페시아는 약 2,000원으로 3배가량 비싼 편이니 그럴 만하다.
대다수의 약이 그렇듯이 탈모 치료제 역시 효과를 보려면 지속적인 복용이 필수다. 도중에 중단하면 몇 달 뒤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도록 먹어야 하는 만큼 부작용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프로페시아 복용 환자의 우울증·불안 사례가 해외에서 508건, 국내에서도 5건이 보고됐다고 한다. 프로스카 역시 해외 36건, 국내 1건 등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중순부터 탈모 치료제 주의사항에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넣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막기 위한 당연한 조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생각할 것이 많은 탈모인들 입장에서는 고민할 게 또 하나 생겼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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