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은 내용물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돋보기와 같은 존재다. 고귀한 물품일수록 더 정성스럽게 물품을 감싼다. 조선 왕실에서도 포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상방’이라고도 불린 ‘상의원’이라는 관청을 통해 왕실의 포장을 담당하도록 했다. 상의원은 ‘상방정례’라는 규례서에 포장절차를 기록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9월3일까지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특별전을 개최한다. ‘상방정례’를 포함해 장신구를 포장했던 용구들과 왕실 가례 때 물품들, 다양한 궁중 보자기 및 서책을 포장했던 상자 등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눈에 띄는 물건으로 영조비 정성왕후의 왕비 책봉 옥책과 옥책을 싼 보자기인 격유보가 있다. 옥책은 왕과 왕비, 대비의 보인(왕과 왕비의 인장)과 함께 제작된 어책이다. 제왕이나 후비의 존호를 올릴 때 옥에 그 덕을 기리는 글을 새긴 후 이 조각들을 엮어서 만든다. 옥책은 옥 특유의 무게 때문에 여러 장의 판을 연결했을 때 손상의 우려가 컸다. 따라서 판과 판 사이에 마찰을 방지하는 작은 솜 보자기인 격유보를 만들어 판 사이에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옥책 및 내함, 외궤와 함께 격유보도 보존처리를 거쳐 처음으로 공개된다. 정순왕후를 왕비로 책봉한 후 만든 어보와 어보를 싼 보자기, 그리고 이 어보를 넣은 함과 그 함을 싼 보자기로 구성된 봉과물품도 함께 선보인다.
영친왕비의 장신구들을 포장했던 보자기와 상자도 인상적이다. 복잡한 형태로 이루어진 장신구는 장방형의 보자기에 싸서 비단으로 장식된 상자에 넣어 보관했다. 비녀의 경우 비녀베개로 고정했고, 족두리는 비단방석을 넣어 포장했다. 의례에 사용한 규(면복을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손에 드는 의물. 옥으로 만들어졌다)는 비단 주머니 내에 단추로 잠가 보관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영친왕비의 물품들은 1996년 일본에서 반환됐다.
이 외에도 함이나 이불을 포장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네 귀에 끈이 달린 보자기, 앞뒤가 다른 직물로 구성된 겹보자기, 두겹 직물 사이에 솜을 넣은 솜보자기, 의례용품으로 사용한 술이 달린 보자기, 음식이 식지 않게 하려고 만들었던 누비보자기 등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보자기들이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조선왕실의 포장 전통에 영감을 받은 현대작가 24인의 공예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조선왕실의 전통, 현대로 이어지다’도 지하 기획전시실에서 함께 개최된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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