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주도하는 ‘6·30 사회적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정부가 노조 편들기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느닷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교육부는 전교조의 집회 참여를 사실상 묵인했다. 역대 정부가 노동계 총파업을 앞두고 ‘불법파업, 엄중 대응’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정부가 친(親)노동 성향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노동계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부당노동행위근절방안을 발표했다. 정지원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번 방안은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및 노사관계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마련됐다”며 “고용부는 이를 전국 47개 지방 관서에 즉시 시달하고 준비를 마치는 대로 바로 주요 사업장별로 특별감독 등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 근절방안은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 대상 사업장 확대 △노조활동 방해 등 범죄징후 포착 시 기획수사를 통한 엄정 대응 △부당노동행위 전담반 편성 및 수사 매뉴얼 시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한 주간의 보도계획을 직전 주 금요일에 언론에 고지하는데 이날 나온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은 그 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다만 급박한 상황 변화, 정책 결정권자의 강한 의지 등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일정을 추가하는데 이번 사례는 거기에 해당한다. 고용부가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굳이 이 시점에 사용자는 위축시키고 근로자는 힘을 얻게 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했는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주목할 대목은 행정행위는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의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날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내놓은 고용부는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3월 단체협약을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단체협약 중 고용세습 등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사항,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 등을 고치라고 주문한 것이다. 당시 고용부는 “일부 정규직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 때문에 노동시장의 격차가 확대되고 고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체협약 자율시정 거부 시 사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온 교육부도 이날 기존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총파업 기간에 학생들이 차질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공문에는 이례적으로 연가투쟁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 등을 적시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이처럼 노동계에 우호적인 정부를 등에 업은 채 이날부터 오는 7월8일까지를 총파업 주간으로 정하고 30일 최소 3만명에서 최대 4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인다.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라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이번 총파업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쟁취’라는 구호 아래 진행된다. 본집회는 30일 오후3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본집회에 앞서 전교조와 건설노조·백남기투쟁본부 등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 및 단체들이 정오부터 서울역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 등에서 사전집회를 진행한다. 이어 다음달 8일에는 최저임금 1만원과 사드 배치 철회, 고(故)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등을 내걸고 서울 광화문광장 및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민중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가장 높을 때가 출범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인 만큼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것은 하는 게 맞다”며 “이는 노조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조 편향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양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정부는 노조가 아닌 전체 근로자의 권익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노동계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충돌(총파업)은 우리나라 노정·노사 관계가 앞으로 5년간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라며 “노동계는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삼가고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이두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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