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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숙소 폐지 그 후] 생활고 시달리는 선수들





#. 프로농구 A 구단의 한 선수는 최근 고민이 많다. 다음 시즌부터 구단이 숙소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탓이다. 최저 연봉을 받는 그에게 구단의 결정은 날벼락 같았다. 홈구장 근처에 있는 자취방을 급하게 알아보고 있지만 높은 보증금과 월세에 좌절하는 중이다. 집을 구한다 해도 ‘끼니는 어떻게 해결할지’, ‘훈련장소로의 이동은 어떡할지’와 같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농구연맹이나 구단에서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고 있어 혼자만의 속 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KBL)의 몇몇 선수들이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을 위기에 빠졌다. 다음 시즌부터 구단 합숙소 운영이 폐지돼서다. 지난 9일 열린 한국농구연맹 이사회에서 각 구단이 운영하던 합숙소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에 따른 변화다.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합숙소 폐지에 따른 ‘명(明)’은 분명하다. 숙소 생활은 프로 선수들의 사생활을 구단이 강제로 단속한다는 점에서 인권을 침해할 여지가 컸다. ‘프로답지 못한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연고지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프로농구 구단은 모두 10개. 절반인 5개 구단의 연고지는 수도권이다. 지방을 연고로 하는 구단도 숙소는 수도권에 마련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정경기를 떠날 때 이동하기 편한 덕분이다. 연습경기를 잡기도 수월하다. 대부분의 대학팀 역시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해서다. 연고지 주민과의 유대감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사는 적었고, 선수들 역시 지역에 애정을 갖기 힘든 구조였다. 합숙소가 폐지되면 선수들은 소속 구단의 홈구장 근처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 연고제가 정착될 수 있다.

문제는 ‘암(暗)’이다.



적은 연봉을 받는 몇몇 선수들은 숙소 운영 폐지에 따라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팀 소속인 선수들이 특히 더 그렇다. 높은 거주비에 식비까지. 실력을 키우기 위해 개인 운동이라도 하는 선수들은 월급보다 더 많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B 구단의 한 선수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며 “월세와 밥값, 교통비 등을 계산해보면 받는 돈보다 나가는 게 더 많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구단에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연맹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어쩔 수 없다. 프로 선수로서 그 정도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라”는 대답만 들었다.

대비할 기간이 짧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농구연맹이 1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무의미하다. 숙소 운영 비용은 연간 수억 원이 넘는다. 많은 구단이 비용 절감을 위해 숙소 운영을 중단할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의 피해는 상대적 약자인 저 연봉자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선수들은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 돈을 모을 수도 없고, 실력 향상을 위해 집중할 환경 역시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평생을 꿈꿔왔던 프로 생활을 포기하려는 이들마저 있다.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선언했던 한 선수는 “앞서 숙소 운영을 폐지했던 프로야구도 희망자에 한해서는 2군 숙소에 머물 수 있게 지원해주고 있다”며 “프로 선수 누구나 아무 걱정 없이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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