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핀즈버리파크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지 15시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저지른 차량 공격이 또다시 발생했다. 유럽 내 테러가 이슬람 혐오주의자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복수전 양상을 띠기 시작한 가운데 유럽은 어느덧 ‘테러의 화약고’로 전락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간) 오후4시께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승용차 한 대가 경찰 밴을 향해 돌진해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용의자는 심각한 화상을 입은 끝에 숨졌다. 용의자 외에 사상자는 없었다.
용의자는 이슬람 원리주의 살라피 종파에 속한 31세 남성인 아담 자지리로 지난 2015년부터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올라 있었다. 범행 차량에서는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권총 2정, 소형가스통 등이 발견돼 검찰은 테러 연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파리 경찰은 이날 밤 파리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용의자의 자택을 수색했으며 그의 아버지에게서 “아들이 등록된 무기를 가지고 사격연습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4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옹호하는 괴한이 경찰관을 총으로 쏴 죽이는 등 두 달 사이 파리 최고의 번화가인 샹젤리제에서 경찰을 노린 테러가 잇따르자 제라르 콜롱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 경찰관이 또다시 표적이 됐다”며 규탄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용의자 외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영국 핀즈버리파크 모스크에서 무슬림 혐오 테러가 일어난 지 15시간 만에 이웃 나라가 또다시 테러 위협에 노출되면서 유럽 내 연쇄테러 공포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특히 런던 모스크 공격 직후 IS 추종자들이 온라인으로 서방 공격 동참을 촉구하고 테러심리를 조장하면서 연쇄테러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영국 일간 더선은 “IS 추종자들이 ‘런던브리지 테러 때와 달리 이번에는 테러범을 사살하지 않았다. 이유는 용의자가 무슬림이 아닌 백인이기 때문’이라고 선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슬림이여 깨어나라. 당신의 사원 바깥에서 지금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당신의 가족이 살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더선은 덧붙였다.
앞서 이날 0시20분께 네 자녀를 둔 백인 남성 대런 오즈번(47)이 승합차로 모스크 인근 인도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목격자들은 오즈번이 무슬림을 향해 돌진하면서 “무슬림을 다 죽이고 싶다. 내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3일 런던브리지 테러 발생 이후 런던에서 이슬람 혐오범죄가 급증해 통상 하루 평균 4건 미만에서 20건으로 치솟은 상태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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