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불거진 바른정당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이 선거 막판 보수층의 대결집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속의원들의 집단 탈당에도 유승민 후보는 독자 완주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바른정당의 붕괴로 보수 유권자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쏠릴 경우 사실상의 보수 단일화 효과를 통해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의 비(非)유승민계 의원 13명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함께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 바른정당 선대위를 이끄는 김무성·주호영·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이 유 후보를 만나 보수 단일화를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13명은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이다. 이날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정운천 의원은 3일 뒤 지구당에서 탈당을 선언할 계획이다. 이번 탈당 행렬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2~4명의 의원들이 추가 탈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 후보는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에 대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어떠한 상황에도 단일화는 없다”며 독자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바른정당은 대규모 탈당 사태로 의석수가 18석으로 줄어들면서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잃게 됐다.
홍 후보 진영은 이번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유 후보의 독자 완주와 상관없이 사실상의 보수 단일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2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가세로 범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끌어낼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보혁(保革)’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홍 후보는 21.2%의 지지율로 안 후보(19.4%)를 처음 추월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철우 한국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지지 선언은) 대선을 앞두고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바다의 물은 모든 물을 한꺼번에 빨아들인다”고 자평했다. 바른정당 탈당 사태를 계기로 남은 대선 기간 보수층의 지지가 홍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미 국민 의사로 단일화가 됐다. 이제 승세로 돌아섰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당내 친박 세력의 반발 기류가 적지 않은데다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과연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무조건 좌파세력의 집권을 막겠다는 목표 하나로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명분 없는 단일화는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도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이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목록을 독차지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홍 후보는 “앙금이 있어서 내부에서 좀 언짢아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수 대통합이라는 차원에서 다시 들어오는 게 좋다”며 “지겟작대기라도 필요한 게 대선인 만큼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화합을 강조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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