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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쓰리고]가정의달 5월, 온가족 함께 '꽃도 보고 한식도 먹고'





아이부터 부모들까지 모두 들뜨는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줄줄이 이어져 주거니 받거니 가족 간의 사랑이 샘솟는 달이다. 특히 올해는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생겨 여행길에 오른 가정으로 연일 고속도로가 북적인다. 하지만 여전히 징검다리 휴일로 만족하는 직장인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아직 5월 첫주 황금연휴 계획을 짜지 못한 가정이 있다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일산 호수공원은 어떨까.

올해는 행사 기간 매일 밤 9시까지 야간개장도 한다.


올해로 11회차를 맞이한 고양 국제꽃박람회가 지난 4월 28일부터 열렸다. 푸릇푸릇한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알록달록 꽃놀이를 즐기는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곳.

하지만 우리네 가장들은 금세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온 세대의 입맛을 아우를 수 있는 외식 맛집은 어딜까’, ‘뷔페는 너무 비싸고 패밀리 레스토랑은 줄을 서야 하고…’ 휴일에도 어김없이 계획 짜느라 머리 굴려야 하는 독자들을 위해 13년차 일산 거주 현지인(기자)이 가성비 최고 한식집을 소개한다.

One go! ‘지식을’ 씹고!

지난해 5월 한 포털의 맛집 검색어 순위로 ‘1위 소풍 도시락, 2위 꽃게, 3위 한정식’이 꼽혔다. 연일 이어지는 화창한 날씨와 더불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많아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철 맞은 꽃게 맛집과 더불어 가족 모임을 하기 좋은 한정식 관련 키워드 검색이 대폭 증가했다. 대규모의 식구가 편히 앉을 넓은 공간과 상다리 부러지는 차림으로 두터운 정을 쌓기 좋은 데에는 한정식만 한 것이 없다.

자 이제 먹자꾸나~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한식집이 아닌 한정식집이라는 말을 쓰게 된 걸까.

우선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정식(定食)이라는 말은 ‘식당에서 일정한 값을 정해놓고 파는 일정한 음식’ 또는 ‘식당이나 여관 따위에서 때를 정하여 놓고 먹는 끼니 때 음식’으로 ‘백반 정식’, ‘갈비구이 정식’처럼 쓰인다고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격식을 갖춘 코스형 한식을 의미하는 단어는 사실 반상에 더 가깝다. 즉 밥상 하나에 차려 내는 음식 종류인 반상 차림이 현대에 와서 한정식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정식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널리 통용됐을까. 때는 바야흐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 부의장 민관식씨의 부인 김영호씨는 한식당을 열었는데 주로 한국을 방문하던 외국 귀빈들이 방문해 한식을 먹었다고 한다. 이 집에선 한식 요리를 서양식 코스 형태로 내어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한정식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요리 전문가 김영호씨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한정식집.


김씨에 따르면 “반찬 낭비가 심하고, 음식 온도를 맞추기도 힘든 한상차림 한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 서양식 코스 식사인 한정식을 고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진화한 한식코스 형태는 우후죽순처럼 유행했다. 하지만 일반 한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갔다. 그래서 한정식 하면 비싸고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한정식의 상차림은 주로 간단한 죽이나 샐러드의 애피타이저에 요리 몇 가지, 밥과 찌개, 몇 가지 찬을 내놓는 간단한 식사를 내고 마지막은 간단한 후식 정도로 구성된다.

특히 한정식에 이용되는 반찬의 종류는 약 1,500여 종에 달한다고 하니 한식 전체 음식의 50%를 차지하는 셈이다. 추가로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한정식에도 맛있는 달이 있다고 한다. 바로 육해공 반찬이 가장 다채로운 달 5월이다. 파란 들나물과 산채를 비롯해 제철 어패류와 해초류가 상에 꽉 차고 넘치도록 담겨 나오기 때문이다.

한정식 먹기 딱 좋은 달, 5월의 황금연휴를 맞이해 12첩 임금님 수라상을 훌쩍 뛰어넘는 20여첩 상차림을 맛볼 수 있는 이곳 한정식 식당 ‘청목’의 상차림을 한 번 맛보자.

Two go! 화끈하게 빨고!’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일산 호수공원이 위치한 정발산역에 도착하면 가장 큰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관광장이다. 호수공원을 가는 길로 쭉 따라 광장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저멀리 초록 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름만큼이나 푸릇푸릇한 ‘청목’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3층으로 올라오면 내리자마자 고민 할 것없이 ‘청목’에 들어선다. 그렇다. 전층이 식당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100여평이 넘어 고객 순환률이 빠르다. 일산에서 가장 큰 대형교회가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덕에 주말 점심엔 약간 웨이팅이 있으나 거의 10분 내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맛집 기자들이 평일 퇴근 후 저녁 8시가 다되어서 이 곳을 방문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다.


한상 차림 한식집이다 보니 머릿수대로 인분 수만 주문하면 된다. 마침 딱 꽃게가 제철이라 맛집기자들은 게장 정식 2인분을 시켰다.


이 집은 다른 한정식집과는 달리 독특한 점이 있다. 스무첩 이상되는 한상차림이 이미 차려져서 서빙된다는 것이다. 처음 방문한 고객들에겐 이 집만의 나름 진귀한 볼거리. 옆테이블에 앉아있던 꼬마아이가 ‘우와’ 탄성을 지를 정도다.


찬들이 놓인 상 판넬엔 홈이 파여있어 테이블로 쑥 밀어넣으면 감쪽같이 순식간에 상이 올라온다. 이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사람, 거참 기똥차다. 일일이 찬들을 쟁반에 담아 올려 서빙해야하는 점원들 역시 신속 정확하게 상을 차리고 치울 수 있다.


일어서서 사진을 찍어도 한 프레임에 다 안 담길정도로 푸짐하다. 한상 가운데 게장이 떡하니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제철 채소를 버무린 찬들과 보쌈수육, 생선 요리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어디서부터 젓가락질을 해야할지 잠시 망설여질 정도.


(위부터 시계 방향)미나리 무침, 달래무침, 장조림, 꽁치구이. 참고로 이 집은 반찬들은 무료로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다.(물론 보쌈, 게장은 별도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청목 본점은 경기도 이천에 있다. 예로부터 쌀이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이다보니 이 집은 정말 밥맛이 꿀맛이다. 고슬고슬하게 갓 지은 이천 햅쌀 돌솥밥의 자태를 보라. 윤기가 좔좔 흐른다. 돌솥을 열자마자 수증기와 함께 고소한 밥향이 얼굴을 감싼다. 반찬없이 먹어도 달콤함을 느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왼쪽부터)기본으로 제공된 보쌈 찬, 추가 주문한 보쌈. 기본으로 상에 차려진 보쌈은 너댓점 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살이 퍽퍽하고 차갑게 식어 사실 이 집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찬이었다. 그래서 사이좋게 후딱 나눠먹고 아쉬운 마음에 보쌈을 추가했다. 그랬더니 전혀 다른 비주얼의 보쌈이 뿅! 지방과 단백질이 골고루 익은 보쌈 수육은 갓 삶았는지 따뜻해서 더 맛있었다. 진즉부터 이 보쌈이 기본찬으로 나왔더라면 여기저기 추가 주문을 외치게 될텐데.


오늘의 메인 요리 ‘간장 게장’이다. 역시 제철음식이라 그런지 게장 맛이 정말 신선하고 좋았다. 평소 간장게장을 즐기지 않는 기자 역시 감칠맛나게 만든 녀석이다. 전혀 비릿한 맛이 없었다.


흔히 게장 홈쇼핑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게살 짜기’신공을 우리도 직접해봤다.


‘게눈 감추듯’이라는 말이 딱 게장을 두고 한 말인가보다. 정말 순식간에 게장홀릭에 빠져들었다. 밥도둑 게장녀석과 돌솥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렸다. 마무리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게딱지에 비빈 밥이지! (무릎 탁)


밥은 이미 다 먹었는데 한상 가득 차려진 남은 찬들을 보고 있자니 ‘버려질 음식물 쓰레기 걱정’에 살포시 손을 들고 외쳤다. ‘여기 돌솥밥 하나 추가요!’ 그리고 싹 비워진 게장 대신 ‘홍어회 무침’도 추가했다. (저기 맛집 탐방 말고 푸드 파이터 대회 나가보는 건 어떨지...)


살짝 삭힌 홍어 한점에 야들야들한 보쌈 수육을 곁들여 먹으면 막걸리 생각이 절로 든다. 큼직큼직한 홍어살도 씹는 맛이 있었지만 잘 버무려진 양념이 정말 일품이었다. 사실 필자는 삭힌 홍어를 이 날 처음 맛봤다. 그런데 아주 살짝 삭힌거여서 그런지 새콤달콤 맛있었다. 혹자가 홍어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평했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큰일 낼 녀석의 포스(?)가 느껴졌다.


Three go! ‘(타인의) 가정과 함께하는 5월’을 추억하고!

5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 바로 ‘가정의 달’이다. 강산이 서너번 변하고 가게가 수십번 바뀌어도 꼬리표처럼 5월을 따라다니는 이 수식어만은 절대 불변의 진리다. 식상하고 뻔하디 뻔한 이 네 글자를 제목에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1년 중 가장 쉬는 날이 많아 좋은 달’이라고 평했지만 5월은 ‘1년 중 가장 일이 몰리는(?) 힘든 달’이었다.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사 뛰느라 바쁜 달’이 딱 적절한 비유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창시절 속 5월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 우리 가족보다 남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달이었다. 마침 가정의 달 시작부터 황금연휴를 맞이한 기념으로 ‘5월, 살인(적인 스케줄)의 추억’을 다시 회상해볼까 한다.

한창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아이돌과 유행을 논하는 나이, 열두살. 그 시절 10대들은 정확히 네 부류로 나뉘었는데 H.O.T팬, 젝스키스팬, 신화팬 그리고 god 팬이었다. 너도나도 아이돌 덕질에 빠져있을 그 무렵, 참으로 생뚱맞게도 클래식에 빠져 살았다. 또래였던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 열풍이 불었던 그 해 첼로를 배우게 됐다.

하루 중 밥 먹고 수업하고 자는 시간 빼고는 정말 첼로 연주에만 몰두했을 정도로 인생에 있어 가장 열정에 기름 붓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해 말 시립 유소년 교향악단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또래 친구들이 부모님께 용돈 받아 쓸 때 쥐꼬리만큼이었지만 용돈벌이는 했으니 나름 사회생활을 빨리 했던 것 같다.(하지만 악기 구매 등 유지비로 부모 등골 휘게 한 불효 자식은 웁니다ㅠ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고 했던가. 교향악단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주말의 희열과 가족과의 추억 쌓기가 증발했다. 매주 주말이면 나와 같은 꼬마 음악가들이 모여 햇볕 한 줌 안 드는 예술회관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에 박혀 하루 종일 연습을 했다.

특히 모두가 쉬는 연중 공휴일엔 정기 연주회나 지역 행사 공연이 늘 잡혀있었기 때문에 합주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연중 행사 중 갑이라 불리었던 가정의 달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석가탄신일까지 몰려있어 우리들에겐 멘붕의 늪과도 같았다. 우리 가족만 빼고 남의 가족들 모두 화목함을 내뿜는 달. 가정의 달을 기념하며 맛있는 저녁 외식을 하는 여느 가족들과 달리 단원들과 무대 아래서 급하게 식은 한식 도시락을 질리도록 나눠 먹었다.

한창 치킨, 피자, 햄버거가 당길 때에 5찬 한식도시락만 먹다 보니 한식이 그렇게 싫었다. 교향악단 활동 약 5년차쯤 됐을까. 고2 새학기가 시작되던 3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일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음악가의 꿈은 접게 됐다. 예술고가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주말의 자유가 생겼다. 물론 가족과의 시간도. 그리고 그 해 5월, 드디어 근 6년 만에 가족과 함께 꽉 찬 가정의 달 추억을 쌓았다.

온 가족이 함께 도란도란 외식했던 첫 한정식집이 바로 이번 편에 소개한 청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 일산에 방문하면 영혼의 집밥같은 이 곳에서 대접하는 버릇 아닌 버릇이 생겼다. 강산이 변하고 옆집 가게들이 바뀌어도 이 집만은 굳건히 제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위치: 3호선 정발산역 1번 출구로 나와 광장 쪽으로 약 200m 정도 쭉 걸어간 후 벧엘 교회 맞은편 건물 3층에 위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58

/네이버 지도 캡처


**가격: 1인 기준 한상 정식 12,000원, 게장 정식 14,000원, 홍어회무침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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