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쓰리고]가정의달 5월, 온가족 함께 '꽃도 보고 한식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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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행사 기간 매일 밤 9시까지 야간개장도 한다.
하지만 우리네 가장들은 금세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자 이제 먹자꾸나~
요리 전문가 김영호씨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한정식집.
일산 호수공원이 위치한 정발산역에 도착하면 가장 큰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관광장이다. 호수공원을 가는 길로 쭉 따라 광장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저멀리 초록 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름만큼이나 푸릇푸릇한 ‘청목’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3층으로 올라오면 내리자마자 고민 할 것없이 ‘청목’에 들어선다. 그렇다. 전층이 식당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100여평이 넘어 고객 순환률이 빠르다. 일산에서 가장 큰 대형교회가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덕에 주말 점심엔 약간 웨이팅이 있으나 거의 10분 내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맛집 기자들이 평일 퇴근 후 저녁 8시가 다되어서 이 곳을 방문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다.
한상 차림 한식집이다 보니 머릿수대로 인분 수만 주문하면 된다. 마침 딱 꽃게가 제철이라 맛집기자들은 게장 정식 2인분을 시켰다.
이 집은 다른 한정식집과는 달리 독특한 점이 있다. 스무첩 이상되는 한상차림이 이미 차려져서 서빙된다는 것이다. 처음 방문한 고객들에겐 이 집만의 나름 진귀한 볼거리. 옆테이블에 앉아있던 꼬마아이가 ‘우와’ 탄성을 지를 정도다.
찬들이 놓인 상 판넬엔 홈이 파여있어 테이블로 쑥 밀어넣으면 감쪽같이 순식간에 상이 올라온다. 이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사람, 거참 기똥차다. 일일이 찬들을 쟁반에 담아 올려 서빙해야하는 점원들 역시 신속 정확하게 상을 차리고 치울 수 있다.
일어서서 사진을 찍어도 한 프레임에 다 안 담길정도로 푸짐하다. 한상 가운데 게장이 떡하니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제철 채소를 버무린 찬들과 보쌈수육, 생선 요리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어디서부터 젓가락질을 해야할지 잠시 망설여질 정도.
(위부터 시계 방향)미나리 무침, 달래무침, 장조림, 꽁치구이. 참고로 이 집은 반찬들은 무료로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다.(물론 보쌈, 게장은 별도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청목 본점은 경기도 이천에 있다. 예로부터 쌀이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이다보니 이 집은 정말 밥맛이 꿀맛이다. 고슬고슬하게 갓 지은 이천 햅쌀 돌솥밥의 자태를 보라. 윤기가 좔좔 흐른다. 돌솥을 열자마자 수증기와 함께 고소한 밥향이 얼굴을 감싼다. 반찬없이 먹어도 달콤함을 느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왼쪽부터)기본으로 제공된 보쌈 찬, 추가 주문한 보쌈. 기본으로 상에 차려진 보쌈은 너댓점 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살이 퍽퍽하고 차갑게 식어 사실 이 집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찬이었다. 그래서 사이좋게 후딱 나눠먹고 아쉬운 마음에 보쌈을 추가했다. 그랬더니 전혀 다른 비주얼의 보쌈이 뿅! 지방과 단백질이 골고루 익은 보쌈 수육은 갓 삶았는지 따뜻해서 더 맛있었다. 진즉부터 이 보쌈이 기본찬으로 나왔더라면 여기저기 추가 주문을 외치게 될텐데.
오늘의 메인 요리 ‘간장 게장’이다. 역시 제철음식이라 그런지 게장 맛이 정말 신선하고 좋았다. 평소 간장게장을 즐기지 않는 기자 역시 감칠맛나게 만든 녀석이다. 전혀 비릿한 맛이 없었다.
흔히 게장 홈쇼핑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게살 짜기’신공을 우리도 직접해봤다.
‘게눈 감추듯’이라는 말이 딱 게장을 두고 한 말인가보다. 정말 순식간에 게장홀릭에 빠져들었다. 밥도둑 게장녀석과 돌솥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렸다. 마무리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게딱지에 비빈 밥이지! (무릎 탁)
밥은 이미 다 먹었는데 한상 가득 차려진 남은 찬들을 보고 있자니 ‘버려질 음식물 쓰레기 걱정’에 살포시 손을 들고 외쳤다. ‘여기 돌솥밥 하나 추가요!’ 그리고 싹 비워진 게장 대신 ‘홍어회 무침’도 추가했다. (저기 맛집 탐방 말고 푸드 파이터 대회 나가보는 건 어떨지...)
살짝 삭힌 홍어 한점에 야들야들한 보쌈 수육을 곁들여 먹으면 막걸리 생각이 절로 든다. 큼직큼직한 홍어살도 씹는 맛이 있었지만 잘 버무려진 양념이 정말 일품이었다. 사실 필자는 삭힌 홍어를 이 날 처음 맛봤다. 그런데 아주 살짝 삭힌거여서 그런지 새콤달콤 맛있었다. 혹자가 홍어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평했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큰일 낼 녀석의 포스(?)가 느껴졌다.
하루 중 밥 먹고 수업하고 자는 시간 빼고는 정말 첼로 연주에만 몰두했을 정도로 인생에 있어 가장 열정에 기름 붓던 시기였다.
/네이버 지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