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시달려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살인적인 물가에 대응해 최저임금을 6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연기된 지방선거가 올해 말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4월30일(현지시간) 자신이 주관하는 국영 VTV의 주간TV쇼에서 “다음달 1일부터 최저임금이 60% 인상된다”며 “근로자들이 매달 식품보조금을 포함해 최소 20만볼리바르를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상되는 최저임금은 암시장 환율로 약 50달러 수준이며 올 들어서만도 세 번째 인상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임금 인상이 갈수록 거세지는 퇴진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마두로의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해석했다.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고전하는 국민을 향한 ‘당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감당하기 위한 대응책에 불과해 그리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석유 매장량 1위로 한때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년간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전체 수출의 95%를 원유가 차지할 만큼 석유의존형 경제를 지속했지만 현재는 유가 폭락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7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의 지방선거 요구에 대해 지난해 연기된 지방선거가 올 하반기에 치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시행되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합법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힌 뒤 “선거절차가 시작되기를 열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3개 주의 주지사를 새로 뽑는 지방선거는 애초 지난해 시행될 예정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여당 소속 주지사가 20명에 달하지만 선거가 새로 치러질 경우 대다수 지역에서 야당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온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내년 말로 예정된 대선을 앞당겨 지방선거 등과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문제는 올해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석유를 빼앗고 쿠데타를 원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손안에 있다는 점”이라고 야당 등을 비판했다.
한편 반정부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대선 등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정부시위와 약탈 등으로 최소 29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쳤다. 폭력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람만도 1,500여명에 달한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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