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고령자가 일하지 않는 고령자보다 삶의 질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범수 교수와 최은영 경제연구소 교수가 연구한 ‘은퇴가 건강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서 은퇴와 건강, 삶의 질 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은퇴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력 상실,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자원의 감소로 당사자에게 신체, 정신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조기 퇴직, 은퇴 후 준비 부족, 사회복지제도 미비 등 한국적 특수성으로 은퇴가 고령자의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고령화연구패널조사 1차(2006년)와 5차(2014년) 자료를 이용해 이 같은 가정이 성립하는지 분석했으며 고령화연구패널조사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 거주 45세 이상 중고령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총 표본 수는 1만7,278개로 2006년 고용상태였다가 2014년 은퇴한 이들의 응답을 실험군으로, 2014년에도 여전히 일하고 있는 이들의 응답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실험 결과 은퇴를 하게 되면 ‘건강상태 만족도’는 10.9%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1% 감소할 가능성이 있었다.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건강의 정도를 감안했을 때는 19.3% 건강이 감소할 확률로 나타났다. 또 질병 상태는 5~6% 악화, 정신건강상태는 6~9%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도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해외 연구보다 더 높은 수치로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한 악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돼 고령화에 따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논문은 판단했다.
논문은 “한국은 조기 은퇴와 비자발적 은퇴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며 “은퇴 후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 받지 못할 경우 개인 의료비 지출에 큰 영향이 미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고령자 고용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 유연화 정책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 등 안정적 고용 정책으로 은퇴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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