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 전통시장(혹은 재래시장)은 언제 시작됐을까.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남대문시장에서 전통시장이 시작됐다고 본다. 남대문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상설시장으로서 남대문(숭례문) 인근에 문을 열었다. 그때가 1897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20년전이다. 기존 조선왕조의 육의전이나 난전 등과는 다른 새로운,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시장형태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역사. 서울역사박물관은 남대문시장 120주년을 맞아 ‘남대문시장’ 특별전시회를 연다.
모든 물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시장백화점 ‘남대문시장’ 특별전이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시작됐다. 이 행사는 7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최초 도시상설시장으로서의 의미를 조명하는 첫 전시이다. 남대문시장은 1897년 숭례문 인근 한양도성 안쪽에 있는 선혜청 자리에 도시상설시장으로 ‘창내장(倉內場)’이 설치돼 운영된 것을 시초로 하며 지금까지 줄곧 서울의 중심 시장이었다.
◇조선부터 현대까지 남대문시장 모습을 한눈에=남대문시장에서 거래된 물품은 시대에 따라 다양했다. 북한 속담에 ‘고양이 뿔 빼놓고는 다 있다’는 말처럼 남대문시장은 모든 물건이 모이고 흩어지는 시장백화점답게 현재 1,700여 종의 많은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시초는 1897년으로 본다. 조선시대 남대문 안 조시(朝市)와 후기 남대문 밖 칠패가 도성삼대시(都城三代市)로서 활성화되는 가운데 서울 도시개조사업의 일환으로 남대문로를 정비하면서 선혜청 창고 안에 창내장이 1897년 개설됐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남대문시장은 송병준의 조선농업회사에 의해 경영됐고 1921년 화재 이후 중앙물산이 시장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중앙물산의 횡포에 조선인 상인들은 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를 구성하여 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해방 이후 남대문시장은 한국전쟁과 여러 차례 화재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서울과 한국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군수품과 사치품이 다수 거래돼 양키시장, 도깨비시장으로서 명성을 날렸다. 1980년에 들어서 전문상가로 변신을 통해 숙녀복이 시장 주요 품종으로 등장하였고 이들 상품은 ‘남싸롱’, ‘남문패션’으로 불리면서 유행했다.
◇남대문시장 120주년 맞아 120가지 상품 전시=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상설시장으로 선혜청 창내장(현 남대문시장)이 설치된지 12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창내장은 확정된 권역을 갖고 상비된 관리체계와 하루 종일 상설로 개장한 점에서 오늘날 재래시장, 또는 전통시장이라 불리는 도시상설시장의 원형이 됐다.
120주년에 맞게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대문시장에서 거래되었던 상품 120가지를 선정해 시대순으로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당시 시장에서 판매됐던 상품의 변화를 통해 각 시대별 변화상을 살펴보고 당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전문상가 모형과 24시 영상으로 남대문시장의 시공간 조명=서울역사박물관 전시실 중심부에 들어서면 시장영역 전체모습을 바닥배경으로 시장 전문상가 모형과 남대문시장의 24시를 타임랩스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영상실이 눈에 띈다.
남대문시장은 대규모 화재 후 건립된 대형 건물과 우발적으로 발생한 가로상가나 노점 들이 뒤섞여 분포한다. 전문상가는 각 층별로 업종이 특성화됐다. 시장은 상품을 매개로 상인과 고객이 뒤섞여 복잡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박물관측은 이러한 시장의 하루 모습을 살펴보고자 주요 시간대를 선정하고 시장 내 주요업종별 상가와 중앙통 등 주요 가로 12곳의 모습을 촬영, 편집해 시장의 24시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08년에 제작된 선혜청을 그린 선혜청건물지도(宣惠廳建物之圖) 및 시대를 상징하는 상품 등 관련유물 120건과 영상자료 27건이 전시된다. 선혜청건물지도는 1908년에 측량해 작성한 지도로 창내장 당시 건물 모습과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또한 시장에서 거래되었던 다양한 상품들과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던 주판이나 계량도구인 되 등을 통해 상거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송인호 관장은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상설시장이자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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