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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PD 사망 사건②] 죽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던진 돌멩이

“위에서 ‘우리 집단이 성찰해야 할 문제다’고 입장을 내면 구성원들 또한 자기 성찰을 하지 않겠습니까. 제일 위에서 성찰을 해 주어야 밑으로 내려가는데 문제는 이게 없어요. 그러니 안에 있는 연출부 소속들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한 거죠, 위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데. 자칫 다른 사람에게 불똥으로 튈 수 있으니…” (故 이한빛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대책위원회는 그러면서도 “이한빛 님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한빛 PD의 사망사건의 이슈화로 인해 생길지도 모르는 부작용, 혹시라도 모를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대한 공격에 대한 걱정의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금빛나 기자




◇ “죽어야 바뀌는 사회, 죽어도 바뀌지 않는 사회”

‘생방송 드라마’라는 말이 더 이상 이상하거나 낯설지 않은 단어다. 생방송을 찍는 것처럼 급하게 찍다보니 밤샘 작업은 당연지사이며, 방영하는 그날 오후까지도 편집을 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최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제작방식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대부분 중국의 사전검열을 통과하기 위한 것이 더 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다보니 “사전제작이라고 들었는데, 촬영은 생방송 드라마 찍듯이 찍더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방송국이 제작사에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면 좋지만, 실시간에 가까운 시청률 측정 시스템에서 캐스팅만을 놓고도 막판까지 저울질을 하게 되니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비축분을 만들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1, 2화가 방영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기존 촬영분을 손보고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러다보면 초반 넉넉하게 촬영을 했던 드라마라도 뒤로 갈수록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이 이어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생방송처럼 드라마를 찍음에도 이에 대해 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이다. PD들도 잠을 안자는 걸 각오하는 마당에, 밑으로 내려갈수록 현장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작업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CJ E&M의 경우 타 지상파와 비교를 했을 때 ‘역사’ 면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그 시간에서 주는 안정감이나 시스템적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지상파와 비교를 해 보았을 때 CJ E&M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 자체가 완성도 높지 않더라.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이제 막 시스템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다 보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장으로 내려갈수록 노동 강도가 가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솔씨와 대책위원회는 당장의 시스템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변화의 움직임,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는 현 제작 시스템에 점진적인 개선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도 실망을 끼쳤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이 든다”고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한 이한솔 씨는 “그러기에 힘들기 때문에 그만 두거나, 그것(힘듦)이 너무나 당연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아픔들을 겪으면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 않느냐. 심지어 더 안타까운 것은 누군가가 죽었는데도 아무도 문제에 대해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이 남긴 메시지나 아픔들이 좀 더 구체화되고, 이 아픔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더 나아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한 걸음을 내닫는 과정으로 풀렸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었음에도 바뀌려 하지 않는 사회가 안타깝습니다”는 이한솔씨의 말이 귀에 맴도는 것은 어쩌면 이들의 외침이 현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과 상당부분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죽여야 바뀌는 사회, 죽어서도 바뀌지 않는 사회 가운데, 던지는 이들의 작은 돌멩이가 어떤 파문을 일으킬까. 적어도 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던질 수밖에 없는 제작현실보다는 조금은 숨의 트일 수 있는 상황이 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일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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