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일본에서는 ‘형제부양’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룬 책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히라야마 료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연구소 연구원과 논픽션 작가인 후루카와 마사코씨가 함께 쓴 ‘나는 형제를 모른 척할 수 있을까’라는 책이다. 일본에서 형제부양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된 1991년부터 장기 불황으로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비정규직이 급속히 늘었다. 현재 일본 근로자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여기에 취업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생계를 꾸려가는 ‘니트족’도 많다. 문제는 이들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점이다. 직장 없이 부모에게 얹혀살다가 부모 사망 이후에는 나 홀로 생활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혼도 하지 못하고 늙어가는 ‘흰머리 처녀·총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나이 50이 될 때까지 결혼을 하지 못하는 남성 비율은 23.37%에 달한다. 여성도 이 비율이 14.06%나 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생계능력이 없는 형제자매 부양이 사회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흰머리 처녀·총각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미혼 남녀는 14만2,000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2000년(1만4,000명) 이후 15년 만에 10배가 증가한 것이다.
고령층 미혼 인구의 확대는 주거를 비롯한 노후빈곤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60대 이상 인구 가운데 8만명 이상이 비닐하우스와 같은 주택이 아닌 곳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가정 안에서만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불황으로 각자 생계를 꾸리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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