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 펠로(fellow)들은 5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외교·안보의 장기적인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복잡하고도 엄중한 외교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느냐를 명확히 제시하는 ‘코리안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펠로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드 관련 입장을 “차기 정부로 이월해서 효용성을 검토한 뒤에 판단하겠다는 얘기”로 해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입장은 “한미동맹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일단 배치한 후에 중국을 설득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교수가 보는 사드의 쟁점은 세 가지. 첫째는 사드가 북핵 위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무기 체계인가가 문제이고, 둘째는 국민 상당수가 북핵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느끼는 상황에서 국내 여론을 어떻게 고려하느냐가 쟁점이다. 세 번째는 사드 배치 또는 거부 이후 나타나는 한미 및 한중 관계가 문제다.
이 교수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후보들의 입장이 갈린다”면서 “종합적으로 볼 때 사드를 최소 규모로 배치한 뒤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외교적 노력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여론이 주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와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 사드는 이미 주요 쟁점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사드로 대선 후보를 평가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이 레드라인을 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후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 급변해 대선주자들도 국민적 안보불안을 공약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때문에 당초 사드에 반대하던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사실상 찬성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남 교수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보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 전술핵 배치 주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 그것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안보 대선’의 모양새로 전개되는 데 대해 펠로들은 대체적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이 교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해 “국제정치적 고려 없이 대선을 안보 프레임으로만 끌고 가다 보니 모든 문제를 안보로만 접근하는 안보환원론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을 향해서는 안보를 국내 정치와 지나치게 연결해 다룬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버럴 진영에서는 ‘안보의 국내정치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펠로들은 한미동맹을 외교 정책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문 후보 등의 공약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남 교수는 “외교로 한반도 문제를 풀자는 틀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한미동맹을 기초로 풀어나가야 한다. 결코 우선순위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남 교수는 안 후보의 ‘자강안보’ 공약에 대해 “원론적인 자강 주장은 나쁘지 않으나 지나치면 동맹관계에서 불균형이 나올 수 있다”면서 “일방적 자강론보다는 동맹론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펠로들은 공통적으로 5당 후보 모두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할 외교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전반적으로 큰 전략적 비전이 없고 국면에 관련된 외교 공약이 위주”라며 “롱텀(장기)에 대한 코리안 솔루션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맹준호·김현상·권경원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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