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최종 부도처리 된 국내 2위 서적도매상 송인서적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는다. 이에 따라 인터파크의 송인서적 인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은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니콜라우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법정관리 추진 여부를 가결했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뒤 인터파크에 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인터파크는 법정관리 인가를 전제로 새로 설립될 송인서적 법인의 지분 55%를 50억원에 인수할 의향과 함께 향후 사업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강명관 인터파크 도서사업부 기획실장은 “인터파크가 출판도매시장에 진출하는 것인 동시에 출판계를 대표하는 공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뒀다”면서 “송인서적이 출판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출판사들간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서적의 부도원인을 부실경영 자본력부족 물류와 IT시스템 낙후 등으로 분석한 인터파크 측은 인터파크 도서회원 2,600만명을 기반으로 지역 독립서점 1,000곳과 출판사 2,000여곳을 송인서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O2O(Online to Offline)전략을 밝혔다.
나머지 45%지분을 가진 채권단 출판사 중 3분의 2 이상이 매각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에 동의하면, 출판사 채권단과 출판계 양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이사회를 구성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앞으로 최장 3주 이내 법원이 기업회생 개시 결정을 하면 그 즉시 송인서적은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산적했다. 그간 출판사들은 송인서적 부도 사태를 계기로 문방구 어음결재, 위탁판매와 무기한 반품, 불투명한 배본 시스템과 차별적인 공급률 산정 등 출판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출판 업계 관계자들은 투명화 등 시장 질서를 바로잡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으나 각론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가령 공급률 문제가 그렇다. 신간 할인율을 10+5%로 제한한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들의 실적은 크게 나빠진데 반해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 상당수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2015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7개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액은 독서 인구 감소 여파로 1%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40%나 증가했다. 반면 73개 주요 출판사 영업이익은 0.4% 감소했고 이 가운데 21개 단행본 출판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9%, 3.3% 줄었다. 공시를 통해 실적을 확인할 수 없는 중소형 출판사들의 실적 하향세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출판사들이 받는 공급가는 정가 대비 60%(공급률) 수준, 적게는 40% 수준까지 낮게 형성돼 있다. 주요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의 평균 공급률은 59.3%, 61.5%로 1만원짜리 책을 팔면 출판사는 6,000원으로 원고료와 제작비, 운영비 등을 치르는 구조다. 도매상과 대형·온라인 서점들은 출판사 규모, 어음 결재 여부, 신간 종수에 따라 공급률을 달리 적용한다.
송성호 이상북스 대표는 “대형출판사는 현금결재를 해주고 중소형 출판사는 어음으로 받을 경우에만 1~2%라도 공급률을 더 쳐주는 관행이 있던 탓에 중소형사들은 문방구 어음을 받아 인쇄소 등 거래처에 보낼 비용을 충당해야 했다”며 “프랑스처럼 모든 출판사에 같은 공급률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어렵다면 최소공급률이라도 정해 과열경쟁으로 공급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은영·조상인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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