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밝힌 뒤 곧바로 청사 안으로 향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를 떠난 뒤 박 전 대통령의 직접 본인 육성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 메시지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다.
기존에 공개된 바대로 결백을 호소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파면 이틀 뒤인 12일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자마자 측근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불복 의사를 암시한 바 있어 이런 관측에 무게가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검찰에 출석하면서는 관련 혐의나 수사 내용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코멘트는 ‘대통령님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첫 질문 직후였다. 미리 준비한 듯 29자를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전보다 다소 낮은 자세를 유지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대면조사에 앞서 혐의 관련 입장을 공개해 굳이 검찰을 자극할 필요 없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변호인단의 ‘코치’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검찰에서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소명하기보다는 ‘장외 여론전으로 지지자 결집을 시도한다’는 비판적 여론 역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반대로 여전히 검찰 수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복장도 박 전 대통령이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때 입던 짙은 남색 코트에 바지 차림. 사저 복귀 때와 같은 옷차림으로 사실상 헌재 파면 불복 입장을 견지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통상의 피의자처럼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부분의 주요 피의자는 통상 검찰 출석 때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정도의 의례적 코멘트만 하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 박 전 대통령도 일단 이런 방식을 택한 것.
앞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면목없는 일”이라고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다만 검찰 조사실에 앉은 이후에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13개 혐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비판 여론을 자초하지 않게 상당히 심사숙고해서 코멘트를 뽑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까지의 박 전 대통령 태도를 봤을 때 조사실에서는 강경한 부인 입장으로 나갈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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