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내놓은 이번 조직개편은 예고된 사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받는 미전실 해체를 공언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이미 실행시기만 남겨둔 확정 사안이었다. 그래서 조직개편 발표 시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끝나고 이 부회장의 신병이 확정되는 이날로 잡았다는 것이 세간의 분석이다. 결국 기업 자율이라기보다 외부의 힘이나 여론의 압력으로 이뤄진 조직개편이라는 의미다.
기업의 경영이나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삼성의 이번 조직개편, 특히 컨트롤타워 기능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우리 대기업집단은 ‘재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한국 경제를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그룹은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과 미전실·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관계에 강점이 있었다. 문제는 삼성의 이날 발표가 그룹 경영체제의 해체만 있고 정작 이의 대안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의 주요 기업들은 오히려 한국 대기업 체제의 장점을 모방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인터넷검색 사이트에서 출발한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무인자동차·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은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규모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다. 그럼에도 ‘정치의 논리’로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제거한 삼성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지라는 것은 언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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