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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내몰린 60대

"아프거나 목돈 필요할때 도와줄 사람 없어" 가장 많아

노후준비·중병 대처 매우 미흡

정년퇴임 후 편안한 노후를 기대했던 진성민(66)씨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눈앞에 놓인 현실은 팍팍했다. 극심한 취업난에 독립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는 아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맞벌이 딸의 양육 도우미였다. 진씨는 “다 큰 자녀를 부양하느라 정신없다”며 “정작 내 한 몸 아플 때 누구에게 의지할지, 덜컥 몹쓸 병이라도 걸리면 어디서 돈을 조달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자조했다.

올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비는 아직 태부족이다. 그 사이 진씨와 같은 시니어들 상당수는 경제적 위기와 정서적 박탈감 등 한계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21일 한국행정연구원 ‘국내 사회통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한계적 상황을 가장 모면하기 힘겨운 세대는 60대였다. 이들의 상당수는 노후 준비나 중병 대처와 같은 미래에 대한 대비가 매우 미흡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조사 결과 ‘목돈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응답은 60대가 32.7%로, 30대(21.3%)·40대(23.7%)와 비교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몸이 아픈 경우나 우울한 경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세대 역시 60대가 가장 높았다.



대체로 서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10∼20대 초반 행복도가 정점에 달했다가 학업을 마치고 본격 사회생활에 뛰어들면서 하향곡선을 그린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최저치를 찍은 이후 60대에 이르러 10대 후반∼20대 초반을 뛰어넘는 행복도를 보인다. 자녀 양육 부담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연금시스템을 비롯해 노후 복지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 노년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20대 초반을 정점으로 행복지수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안한 노후가 이처럼 행복지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노후 준비 정도는 4점 만점에 2.1점, 중병 대처를 위한 경제력 정도는 1.9점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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