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프랑스 국채 거래량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Frexit)를 주장하는 마린 르펜 극우 국민전선(FN) 당수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베팅해 프랑스 국채에서 발을 빼는 반면 프랑스 투자자들은 저가매수 기회라며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프랑스 국채 거래량이 지난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수준으로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프랑스 국채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60억유로(약 19조4,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평균치인 80억유로의 배로 치솟은 상태다.
국채 거래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르펜 후보의 대선 가능성 우려로 글로벌 투자가들이 프랑스 국채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르펜은 프랑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이른바 프렉시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이드 하이더 하이더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르펜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나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 이후 아무도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CNBC는 이날 싱가포르 소재 투자회사인 리오니힐캐피털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르펜 대표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반면 프랑스 기관투자가들은 르펜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르펜 후보가 오는 4월 1차 대선투표에서 승리하더라도 2차 결선투표에서는 무소속 대선주자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르펜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은 한 후보가 반수 이상의 표를 얻을 때까지 투표가 계속되는 결선투표제 방식인데 극우 성향의 르펜이 대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글로벌채권투자부문장은 “현재 프랑스 국채가격 변동성은 르펜 후보가 질 것으로 보는 이들에게 투자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대선 결과는 뻔해졌고 우리에게 이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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