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세력의 쏠림현상이 급격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 안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의 연대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중심의 야권 ‘스몰텐트’가 형성되면서 향후 대선 구도에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 대선 정국에 가장 관심이 쏠렸던 반 전 총장의 행보가 중도 포기로 결정됨에 따라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그 중심은 안 전 대표가 속한 국민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귀국 전만 해도 정치권은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규합한 ‘빅텐트’ 구성이 화두였다. 한 축이 반 전 총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 의장 등이 손을 잡는 그림이었다. 지난달 31일 반 전 총장이 제시한 개헌추진협의체도 그 연장선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호남 중심의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출마를 포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연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정계 개편 전망은 결국 국민의당이라는 플랫폼에 손 의장, 정 전 총리가 합류하는 제3지대 구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의장과 정 전 총리는 친박과 친문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안 전 대표와 입장을 함께해왔다. 이미 민주당은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경선 구도에 돌입한 만큼 범보수권을 제외한 세력이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안 전 대표 역시 자강론을 앞세우며 차기 대선 구도를 “문재인 대 안철수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문제는 이들이 실제 연대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결국 손 의장과 정 전 총리가 국민의당에 들어와 함께 경선하자는 것인데 경선 룰 등을 놓고 손을 잡기도 전부터 파열음을 빚을 수 있다.
손 의장이 최근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정치 결사체를 조직했지만 안 전 대표가 창당을 주도한 국민의당에 들어가 경선하기에는 세력 면에서 밀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 의장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계에 밀려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에는 경선 룰 세팅부터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대선 도전인 만큼 쉽사리 양보할 가능성도 없다. 손 의장은 당분간 외곽에서 뜻을 함께하는 세력을 더욱 규합한 뒤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시점에 맞춰 당 대 당 형태로 국민의당과 연대할 방침이다.
사실상 홀로 싸우고 있는 정 전 총리 역시 그동안 가능성에만 멈추던 대선 출마를 본격화한 만큼 안 전 대표와 연대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총리 측은 완전국민경선 도입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반문 연대가 가시화할 경우 대선 구도는 범보수 후보와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중심의 반문 연대 3자 구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는 향후 대권 구도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대선 구도에 대한 말씀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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