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국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올해로 6기 졸업생을 배출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성장한 로스쿨 졸업생들은 법조계 각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이에 서울경제는 전문성과 경험을 앞세우고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로스쿨 출신 스타 변호사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MSD는 지난 4월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회사 3곳을 상대로 고지혈증 치료제 ‘에제티미브’ 특허 침해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특허 만료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웅제약 등 경쟁사들이 복제약(제네릭) 출시 움직임을 보이자 견제에 나선 것이다. 당시 제약업계는 전례에 비춰 MSD의 가처분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에제티미브 개발 기간을 특허권 존속기간에 포함시켜 연장해 준 게 문제가 있다는 대웅제약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의약업계 특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약점을 파고든 ‘전문성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지적재산권그룹 소속 윤초롱 변호사(31·변호사시험 2회)의 활약이 컸다. 중앙대학교 제약학과 출신으로 올해 5년차 변호사인 윤 변호사는 대표적인 의약전문 변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 대웅제약,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SK케미칼 등 국내 대형 제약사를 대리해 각종 특허 사건이나 송무·자문 업무를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과 화이자의 ‘비아그라’ 간 디자인 침해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6일 서울 테헤란로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윤 변호사는 설 연휴 전날인데도 각종 업무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윤 변호사는 “제약 분야 법률문제는 특허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각종 규제, 투자가치 평가 등 매우 다양하다”며 “기업의 법률 자문 요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제약 분야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변호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다. 윤 변호사 또한 사법고시가 아닌 로스쿨을 선택한 이유가 경험과 전문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재학 중에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는데 사법고시를 준비했다면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전공 지식으로 인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제약회사 고객과의 협업 과정에서 의사소통도 원활한 강점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뒤늦게 법조계로 눈을 돌린 윤 변호사가 전공으로 습득한 제약 지식을 살리면서 법률 지식과의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였다.
윤 변호사가 법조계에 바라는 점도 이러한 강점을 키워줄 수 있는 여건과 인식이다. 윤 변호사는 “로스쿨생을 단지 취업할 당시의 모습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경험 등을 잠재력으로 보고 이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각자 다른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니 ‘잠재력’을 염두에 둔 교육을 실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에게는 “이제 법조계에서도 로스쿨생의 경험과 전문성을 장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전문지식만으론 부족하고 로스쿨생의 기본인 법률 실력을 충분히 갈고 닦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에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 변호사협회장 선거를 겪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서 “두 출신을 서로 이질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어 “로스쿨 변호사들이 연수원 출신보다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이미 많이 개선됐으며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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