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를 빙자해 수집된 개인정보로 책을 사재기하는 신종수법이 적발됐다. 일부 출판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마케팅업체를 끼고 자사에서 출간한 도서를 대거 사들여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출판문화진흥산업법 위반 혐의로 K출판사 대표 이모(64)씨 등 출판사 3곳 관계자 4명과 이들의 사재기를 도운 마케팅 업자 최모(3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 등 출판사 관계자들은 지난 9월 1∼25일 마케팅 업자 최씨 등과 함께 온라인으로 무료 도서 증정 이벤트를 진행, 당첨자 개인정보를 입수하고서 이를 이용해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 11종 약 1만2,000권을 사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 마케팅 업자들은 이벤트를 통해 입수한 당첨자 정보를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의 ‘비회원 주문’란에 입력한 뒤 출판사로부터 미리 받은 도서 구입대금으로 책을 무더기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재기로 판명된 책 11종 가운데 일부 순위는 이벤트 기간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까지 올랐다가 이벤트가 끝나자 급격히 하락했다.
종전에는 출판사 직원들이 서점을 돌며 책을 여러 권 구매하거나 가족 또는 지인 아이디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사재기가 이뤄졌다. 이번 사례는 단속을 피하고자 마케팅업체를 낀 신종 수법이다.
만약 출판사에서 책을 일괄 구매해 당첨자들에게 보내면 베스트셀러 순위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신종 수법을 쓰면 온라인 서점에서 당첨자 개개인 주문으로 집계돼 순위가 실제 상승했다. 경찰 측은 “출판사 측이 자체 보유한 재고분을 당첨자들에게 직접 보냈다면 정상적 이벤트로 볼 수 있지만, 당첨자 정보를 온라인 서점에서 일일이 입력해 책을 구매한 점으로 미뤄 사재기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적 순위가 갑자기 오르는 등 사재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인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조사 결과를 지난 10월 전달받고서 수사에 착수, 관련자들의 혐의를 확인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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