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남편은 굉장한 바람둥이였다. 그래서 부인이 이를 괘씸히 여겨 남편을 북극에 가둬 버렸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서 불쌍한 마음이 들어 가 보았더니, … 남편은 북극곰에게 마늘과 쑥을 먹이고 있었다.
이런 유머의 본질은 재미이다. 재미는 흥미로 시작해서 몰입으로 증폭되지만 그 끝은 쾌감이다. 재미는 즐거움, 즉 쾌감을 줘야 것이다. 이것이 재미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쾌감을 만들어내는가?
첫째는 목적 달성이다. 하려고 했던 일이 잘 되었을 때 사람들은 쾌감을 느낀다. 1자 벽돌블록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그것이 떨어져서 <테트리스>의 4줄을 한꺼번에 제거했을 때, 축구 경기에서 이겼을 때,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라던 영화의 주인공이 행복을 찾았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목적 달성이 쾌감을 주는 것이다.
둘째는 즐거운 감각이다. 감각적으로 멋있고 아름다운 것도 쾌감을 준다. <겨울왕국>에서 아름다운 엘사가 노래를 부를 때,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로봇이 멋지게 변신을 할 때 우리는 쾌감을 얻는다. 이 쾌감 때문에 모든 영화에서는 악당조차도 대부분 멋있는 남자 배우나 아름다운 여자 배우가 연기한다.
셋째는 흥미의 실현이다. 평소 흥미를 느끼던 것을 마침내 하게 되면 쾌감을 느낀다.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주인공이 수퍼카 람보르기니를 타는 이유, 게임 <이카루스>에서도 몬스터를 길들여 타고 하늘을 나는 이유도 모두 이런 쾌감을 위해서이다.
넷째는 자각적 긴장이다. 말이 좀 낯선데, 이것은 금지된 경험을 가상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도덕적인 이유로 금지되는 경험을 할 때 얻는 쾌감이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여주인공은 도둑질을 하며, <본 아이덴티티>에서 주인공도 중요한 장면에서마다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죽인다. 1천만 관객을 끌어 모은 한국 영화 <도둑들>에서도 주인공들이 모두 도둑질을 한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도둑질을 하고 다른 사람을 두들겨 패고 죽이는 이야기에서 쾌감을 얻는다. 왜? 현실과 가상 체험 사이에 있는 모종의 긴장 관계가 그 쾌감의 원인이다.
다섯째는 카타르시스다. 이것은 새로운 대리 체험 전체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을 말한다. 앞의 네 가지 쾌감 요소가 단편적인 것들이라면 카타르시스는 복합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는 두려움과 공포의 연속이지만 롤러코스터가 한 바퀴 완주를 끝냈을 때 얻어지는 느낌은 ‘카타르시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어려운 퀘스트를 여러 번 실패하다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얻어지는 성취감이 카타르시스다.
재미를 위한 쾌감의 요소를 알 때 무엇을 얻는가? 첫째, 우리는 영화나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네 가지 단편적인 쾌감 요소들을 가급적 많이 넣어야 하고, 둘째, 이것을 엮어서 최종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유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진부할 정도로 드라마에서 항상 재벌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사람들이 TV에서 빈곤한 삶 대신에 부유한 삶을 보면서 쾌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극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이는 유머에서는 어떤 쾌감이 얻어지는가? 바람둥이라는 자각적 긴장과 유머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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