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신흥국 채권투자의 수익률은 긍정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케빈 루(사진) 피델리티자산운용 채권투자 이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신흥국·아시아 시장에 대한 확고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신흥국 시장, 채권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났지만 눈앞의 시장 변동성에 놀란 투자자들의 일시적인 움직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당장 시장이 흔들리면서 루 이사가 운용하는 피델리티 이머징마켓채권 펀드·아시아 채권 펀드도 다소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머징마켓채권펀드는 11월 1~25일 사이 재간접펀드를 포함한 전체 운용 자산(17억5,100만 달러·약 2조 530억원)의 약 5%가, 아시아채권펀드는 6억8,300만 달러(약 8,012억원) 중 약 2%가 빠져나갔다. 전체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은 규모지만 펀드 운용팀도 신용 리스크의 비중을 축소하는 등 당분간 조심스러운 운용 전략을 취하고 있다.
루 이사는 내년에도 시장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시장의 회복에 따라 신흥국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되고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신흥국·아시아의 달러화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피델리티 이머징마켓채권·아시아채권 펀드는 달러화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높겠지만, 결국 신흥국·아시아로 투자 수요는 계속 몰릴 것으로 루 이사는 보고 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의 배경인 경제 회복은 결국 신흥국과 아시아의 무역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또 지금 같은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신흥국 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유출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아시아 투자에서 중국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투자 대상국이다. 루 이사는 “중국의 성장세는 안정적이며 내년 전 세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지역 내 수요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이 미국과의 교역 비중을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역내 교역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피델리티아시아채권펀드에는 한국의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채권이 담겨 있다. 루 이사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의 채권 시장은 꾸준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매력적인 금리와 스프레드 수준을 보여 온 한국 채권 시장의 상황과 한국 국채의 트랙레코드(과거 실적)를 감안해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루 이사는 내년 인도네시아·브라질·페루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는 시장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지만 정부의 인프라 지원 정책·대대적인 감세로 인한 주정부의 추가 지출 등이 변수로 꼽힌다. 루 이사는 “인도네시아의 달러화 표시 채권 중에서 공공·인프라 섹터에서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받는 준정부 채권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페루는 연 5% 수준으로 인근 경쟁국보다 빠른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현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를 이끌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브라질은 3년 넘게 이어진 정치적 혼란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투자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루 이사는 “브라질 정부채는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매력적인 수익과 추가 스프레드를 제공하는 공공 부문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피델리티운용의 이머징마켓채권 펀드에는 앙골라, 도미니카 공화국, 코트디부아르의 채권도 각각 0.5%, 2.35, 0.95%씩 담겨 있다. 피델리티의 채권 애널리스트가 직접 이들 국가의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공무원·경제인들을 만나 ‘현장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리서치 네트워크를 보유해 여타 운용사에 비해서도 투자 범위가 넓다는 것이 피델리티운용 측의 설명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He is···
케빈 루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 이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위트워터즈랜드 대학에서 정보시스템을 전공한 후 2004년 BNP파리바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팀에서 4년 간 근무했다. 이후 6년 동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핌코(PIMCO)의 글로벌 채권팀에서 부채연계투자(LDI) 솔루션 운용을 맡았다. 지난 2011년 영국 런던 피델리티 본사로 입사, 본격적으로 채권 투자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며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신흥국·아시아 채권 투자부문의 이사로 재직하며 피델리티아시아채권 펀드, 피델리티이머징마켓채권 펀드 등의 운용에 기여하고 있다. /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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