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세계 최고 권위의 식당 평가서인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2017 서울편’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 중 절반을 한식당이 차지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요리 종류는 대한민국 밥상의 밥도둑으로 불리는 간장게장이다. 불고기나 비빔밥처럼 한식의 대명사가 아닌, 외국인에게는 비교적 낯선 간장게장 전문점이 당당히 별 한 개를 얻으며 세계적인 미식 요리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놀랄 일도 아닌 것이 간장게장은 예로부터 밥도둑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왔다. 송나라를 오간 고려시대 무역선에서 게장 항아리가 발견됐을 만큼 한국인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던 음식이 바로 간장게장이다. 노랗게 잘 삭힌 게딱지 안에 밥을 한 숟갈 넣어 싹싹 비벼 다른 반찬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간장게장처럼 한국인의 밥상에서 밥도둑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젓갈이다. 다른 음식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입맛 없을 때 감칠맛을 낼 수 있는 반찬으로 젓갈 만한 게 없다. 조선시대에는 거의 모든 어종이 젓갈의 원료로 사용돼 그 종류만 무려 150가지에 달했다고 하니 예로부터 밥반찬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신선한 게를 간장에 절인 간장게장과 어패류에 소금을 첨가해 염장한 젓갈은 모두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은 단백질과 아미노산·메티오닌이 들어 있어 간의 해독을 도울 뿐만 아니라 쌀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필수아미노산인 리신 등이 들어 있어 항암 효과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정부에서 시행하는 수산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수산전통식품 품질인증은 국내산 수산물을 주원료로 제조·가공해 우리 고유의 맛과 향 및 색을 내는 식품에 대해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인증심사는 서류심사·공장심사·품질심사 3단계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기준에 적합한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공장심사는 종업원 위생, 작업장, 설비, 품질관리, 용수관리 등 총 30가지의 심사항목을 평가하고 있으며 품질검사는 관능검사와 정밀검사를 실시해 모든 조건이 식품위생법에 적합해야 한다. 수산전통식품 종류는 젓갈류·죽류·게장류·건제품 등이 있으며 대상품목은 명란젓·전복죽·꽃게장·굴비·조미김 등 총 47개 품목이며 대부분이 젓갈류(30개)가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김장철이 되면 젓갈 소비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다. 까다로운 품질인증기준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한 수산인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이번 김장철에는 수산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젓갈을 사용해 김치의 감칠맛을 더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현석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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