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 광화문 광장 72시간’편이 전파를 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밝혀진 주,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잇따랐고 그 주 토요일에는 첫 촛불이 밝혀졌다.
10월 29일, 나라 걱정에 광장으로 뛰어든 3만 명의 시민들을 시작으로 11월 5일엔 20만명,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발족한 뒤 열린 11월 12일 집회에는 100만명으로 참여 인원이 점점 늘었다. 네 번째 집회인 19일엔 서울에 95만명이 모였고, 전국 70개 거점에서 동시에 촛불을 밝혔다.
분노에 찼던 시민들의 얼굴이 환해 보이는 것은 무대 위 발언자의 말을 듣고, 구호를 함께 외치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 퇴진 행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모였지만 손에 든 피켓에는 각계각층의 소망이 담겨있다.
20일, 사상 초유 대통령이 검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는 상황. 그 여파로 고조됐을 민심으로부터 광화문을 메운 각기 다른 사연을 들어보고자 한다.
취업이 절실한 취준생들, 아이를 목마 태운 아빠, 가게문을 닫고 나온 자영업자들, 학생들을 가르치다 나온 교사 모임.
모두가 각자의 삶을 미뤄두고 한데 모였다. 트랙터를 몰고 상경하는 농민들, 시국선언 후 26일 집회 참여의사를 밝힌 서울대 교수들, 휴업하고 길거리로 나서는 대학생들은 물론 고등학생들도 책을 덮고 거리로 나왔다.
나의 일상을 벗어나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 광장 입구의 게시판에는 퇴진 요구 외에도 국민 각자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요즘의 광화문은 지금의 정세는 물론 다음 정권, 다음 세대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공간이다.
광화문 일대가 온통 촛불로 물드는 토요일 밤이면 무대 위 조명도 밝아온다. 집회 주최 측에 의해 선정된 국민들이 차례로 무대로 올라 자유발언을 하는 시간. 발언 사이사이 초청 가수의 노랫가락에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때로는 숙연해지기도 한다.
예술인들의 공연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광화문 광장에 자리잡은 ‘텐트촌’. 60여 개의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예술인들은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켓을 만들고, 수시로 회의를 열며 춤사위 등의 공연을 준비한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텐트 곳곳에 꽂아두었던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가 행진 중인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캠핑촌 바로 앞에서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라디오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총궐기 전날인 25일, 광장에서는 일명 ‘하야 show’라는 밴드 공연이 펼쳐진다. 이승환, 강산에 등의 밴드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무대. 달아오르는 무대의 열기로 국민들의 아린 마음을 위로한다.
이미 하나의 문화제가 된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나본 200, 300만(예상)의 시민들. 서로 눈을 맞추지 않았지만 순간 하나가 된 시민들에게 ‘광화문 집회’라는 시공간은 의견과 마음을 터놓는 분출구일 것이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