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 현장에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일괄 적용하지 않고 개별 학교가 검인정 교과서와 국정교과서를 비교해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동력을 잃은 데다 교육현장 반발이 거세 모든 학교에서 똑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국정화’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28일 예정대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다음 달 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현장 적용 방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일각에서 국정 교과서 철회 이야기가 나오는데 철회한다면 무슨 고민을 하겠느냐”며 “국정 교과서 정책을 철회한 것은 아니며 교육현장에 잘 접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도 이런 방침을 이해했고 정책 조율도 마쳤으며 사퇴할 의사도 없다”고 밝히며 최근 제기된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일축했다.
이 부총리의 이날 발언을 종합해보면 국정화의 핵심인 단일화를 포기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현재 3~4개의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상 검정 교과서들과의 경쟁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행시기를 미루고 시범적으로 일부 학교에서 사용하는 방안은 국정 교과서 활용도가 너무 제한되는 데다 시범학교의 반발도 예상된다. 하지만 학교가 검정과 국정을 비교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더 많은 학교에서 채택할 가능성이 있고 교육현장 반발도 피할 수 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 역시 “현실적으로 학교 현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국정 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은 경쟁을 통해 선택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정면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대한민국 정통성을 확고하게 서술했고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했다”며 “이렇게 잘 만든 교과서를 폐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점은 ‘대한민국 수립’ 부분이다. 기존 검정 교과서들은 대부분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북한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됐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수립됐고 북한에서는 북한 정권이 수립됐다’고 썼다. 박성민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남측은 정부가, 북측은 국가가 수립됐다는 기존 검정 교과서의 내용을 바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8일 오후 1시20분 교육부 홈페이지와 연계된 별도 웹사이트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이 부총리가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밀실 편찬’ 비판을 받아온 집필진 46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수렴도 진행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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