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20만명으로 시작된 하야 촛불은 한 달 새 연령층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돼 이번주 말에는 200만명의 함성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 하야 집회가 참여 규모나 사회·정치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3·1운동 이후 한국사 최대 이슈로 기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5일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26일 진행될 5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서울 광화문 150만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광화문에서 처음 진행된 1차 촛불집회에 20만명이 모였으나 이후 3차와 4차 때 각각 100만명을 돌파하더니 한 달 만에 참가자가 10배나 급증해 탄핵 정국의 분수령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이 검찰 조사에서 속속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하야 요구에는 귀를 닫은 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촛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너도나도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회 주최 측도 날씨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집회는 계속된다고 밝히고 있어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처럼 촛불집회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광화문 주말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40대의 한 직장인은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청와대는 요지부동인 것 같아 집에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며 “특히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랍고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주 말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고되면서 경찰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최 측은 청와대 앞 행진을 예고했다. 집회 당일 오후4시부터 청와대 입구를 지나는 4개 경로로 행진해 ‘인간 띠’로 청와대를 에워싸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안전을 우려해 율곡로 남쪽까지만 진입을 허용했지만 법원은 청와대 앞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의 행진을 허락했다. 다만 허용 시간을 집회는 오후5시, 행진은 오후5시30분까지로 각각 제한했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트럭과 트랙터 등을 대거 동원해 상경집회를 벌이고 지난주 수능을 마친 수험생과 동맹휴업을 결의한 대학생 등이 대거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연예인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동참 소식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날씨에 대비해 핫팩과 담요·우비 등을 준비하자는 안내문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서울시도 이동화장실을 166개 배치하고 집회장소 주변 개방화장실도 애초 49개에서 210개로 대폭 늘린다. 이동통신사 역시 광화문 주변 기지국 용량을 지난주 말보다 2배 이상 강화했다.
반병률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3.1운동을 최대 시위로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촛불집회는 참여 인원 등 모든 측면에서 이를 능가하는 한국사 최대 이슈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