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유커)의 직접적인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 관광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10월 방한 유커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11월은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우리 관광 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관광시장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한자릿수 성장률…마이너스로 떨어지나=10월 관광통계가 발표됐을 때 업계의 의견은 ‘올 것이 왔다’는 것이었다. 10월 방한 유커는 68만명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이 4.7%로 뚝 떨어졌다.
10월은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이 포함돼 있다. 일주일간의 연휴 동안 유커들이 대거 해외로 나가는 가운데 한국은 최대 방문지로 꼽힌다. 2013년·2014년의 성장률은 각각 22.8%와 63.8%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영향이 있었던 지난해 10월에도 전년 대비 15.6%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유커는 한국 관광시장의 최대 고객이었다. 유커의 늘어나는 발길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관광한국이 순식간에 몰락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올 10월 방한 유커시장이 타격을 받은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달 중국 당국이 내놓은 ‘패키지 상품 20% 감축’ 지시다. 표면적인 이유는 ‘불합리한 초저가 방한 여행상품’을 규제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내 여행사들이 파는 방한 여행상품의 ‘초저가’ 비율이 20%라고 보고 이를 없애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여행사들이 일률적으로 판매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패키지 판매 감소는 이런 논란과 상관없는 개별 방문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10월의 저성장에 이어 11월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방한 유커는 실질적으로 10월 말부터 마이너스 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11월부터 5%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거나 심할 경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사드 불만, 중국 공세 커져=중국 당국이 이렇게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우선 겉으로는 한국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올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함께 한류규제가 확대됐으며 9월30일 국방부가 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확정 발표하면서 10월부터 강도가 심해졌다. 10월에 ‘저가 패키지 감축’을 이유로 한국관광 규제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최근 이뤄진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드나 한일 군사정보협정 모두 중국에 적대시하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부의 사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10월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계기로 시진핑 체제를 강화하면서 외부의 적을 만드는 방식으로 내부 다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강하다. 중국 내수경기를 육성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 해외에서 쓰는 여행비를 국내 소비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한류규제의 경우 중국 내 문화 산업 육성책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응 시스템 회복 시급=더 큰 문제는 국내의 대응체제다. 한류와 관광시장에 대한 중국의 공세가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이에 대처해야 할 우리 정부 부처가 거의 마비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류 확산을 담당하는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콘텐츠산업실과 그 아래에 있는 콘텐츠정책관이다. 이 부서는 ‘최순실·차은택 게이트’와 관련한 재단법인 미르와의 관계를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중국까지 신경 쓰기에는 ‘내 코가 석 자’인 셈이다.
관광정책실의 경우 게이트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관광 분야는 특성상 장관급이 움직였다는 관례에서 보면 역시 조윤선 장관이나 유동훈 2차관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한류나 문화·관광을 담당하는 문체부의 기능이라도 하루빨리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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