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2개 대학 역사학자 561명은 22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고 즉각 폐기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교수들은 서한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애초부터 교육부 자체의 방침이 아니라 청와대와 극소수 정치세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 세력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해 작금의 혼란을 초래한 주역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이들의 결정과 지시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진영은 현재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내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개서한에 참여한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국정 교과서를 지지하는 세력이 적어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5%보다는 많아서 이를 활용하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 식의 정치적 계산이 지금 같은 사태를 가져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들도 “현 정부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시국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처럼 행정업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던 진영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기존 방침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태도다. 지난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찬성하는 성명을 냈던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소속 교수들은 이날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대부분 거부하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는 별개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과 탄핵 추진 등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이미 마련된 정책은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너무 혼란스러운 현상 속에서 관료사회가 더 나은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정책을 유지하고 지켜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만약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이용해 보수의 마음에 불을 붙이려고 한다면 너무나 빤히 보이는 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에게 더욱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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