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에 대한 유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온적이다. 여전히 북중 국경 지역에서는 교역과 인력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제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행정조치도 별로 없는 듯하다.
중국 기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선불금까지 지급하면서 경쟁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유엔 제재 이후 북중 무역 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같은 선불금 대신 도착 후 대금을 지급하는 거래방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품질검사도 엄격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탄광에서 중국 무역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중 무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 변화의 단초는 중국 경기의 위축으로 인한 시장 감소도 있지만 그보다 유엔 제재를 구실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중국 기업이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사업가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대북 제재와 관련한 어떠한 제재나 규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유엔 제재에도 중국 기업의 대북사업은 별로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이 대북사업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과 같이 중국 정부가 북한에 투자한 사업과 무역 거래 중단으로 중국 기업이 입을 수 있는 모든 손실을 보상해줘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아무런 실익도 없이 그런 조치를 할 리 없다.
2008년부터 북중 무역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수년 동안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막대한 외화로 북한은 광산 등 산업생산 기반을 복구하기도 하고 미사일·핵 개발 등에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북한 핵에 매달리고 있는 이 시간에도 중국 기업은 북한에서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고 중국 정부는 북한을 중국 경제에 편입시켜 부수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우리 기업이 과거 북한과 거래한 지하자원·수산물·의류 등 모든 분야의 무역을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돼 남북 거래가 성사돼도 중국으로 이동한 시장을 우리 기업이 다시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국가의 이익을 냉정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난망하다. 유엔 제재에도 매달리고는 있지만 해결 방안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의 생존을 위해 중국이 선점하고 있는 북한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핵 문제 해결이라는 대전제가 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로드맵을 산업별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그것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고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내놓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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