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현우(45·가명)씨는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중고차 팝니다’라는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며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면 차를 팔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씨는 판매자 계좌로 200만원을 입금했지만 판매자는 연락을 끊은 채 종적을 감췄다.
온라인에서 중고물품 사기 거래와 도박 범죄가 최근 3년 동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5대 사이버범죄 적발 건수는 총 23만7,61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인터넷 사기는 19만136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특히 인터넷 사기는 2014년 4만657건에서 지난해 6만8,444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0월까지만 무려 8만1,035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10만건을 웃돌아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직거래 사기’가 6만2,891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보였고 ‘쇼핑몰 사기’(1,899건)가 뒤를 이었다. 직거래 사기의 대부분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한 피해였다. 중고 거래의 특성상 범죄 용이성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사기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직거래 사기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도박 범죄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다. 2014년 4,047건이던 사이버 도박은 올해(10월 말 기준) 8,80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만 1만건을 웃돌아 역대 최고 적발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사기와 사이버 도박 범죄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떠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범죄의 경우 단속과 처벌이 쉽지 않아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한 사건의 피해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면 경찰은 범죄에 사용된 계좌 개설지역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병합해 처리하고 있어 피해가 뒤늦게 확인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소액 피해는 신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은 “상대방과 대면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수치심이나 죄의식이 덜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중고거래를 사기 피해자 대다수가 사회적 약자인 만큼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인터넷 사기는 피해액이 적은 대신 피해자가 다수인 박리다매형 사기”라며 “범죄자 입장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범행을 저지르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