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슈 맥알바나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TPP 비준은 결국 입법 과정에 속해 마지막 절차도 의회가 처리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차기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남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TPP를 의회 안건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미 행정부도 TPP 비준을 더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 TPP 폐기를 공언해왔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잔여 임기 중 이 협약이 비준되지 않으면 차기 대통령의 집권기간인 2020년까지 TPP가 발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0일 공개된 트럼프 당선인의 100일 계획에서도 TPP 폐기는 우선 과제에 올라갔다.
신흥국들은 미국을 제외한 새 협약을 띄우고 나섰다. 일데폰소 비야레알 멕시코 경제장관은 “미국을 뺀 11개국에서 TPP 협정이 조기 발효될 수 있도록 조항 재검토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페드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을 뺀 새로운 환태평양 경제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대안이 가장 좋은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들은 TPP를 미국·일본 등 거대 시장을 개방하는 열쇠로 여겨왔기 때문에 미국을 대체할 다른 국가를 포섭하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부진을 만회할 기회로 TPP를 추진해왔던 일본은 미국에 잔류를 설득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에서 TPP가 미국의 경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상원 격인 참의원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는 TPP 비준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TPP 참가국 중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이 이를 비준하지 않으면 협정은 발효되지 않는다”며 “이 경우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했던 아베 정권은 통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