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 20분 간 전화 통화를 갖고 오는 17일 뉴욕에서 회담을 갖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전화통화는 일본 측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일본 총리가 취임을 앞둔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다”며 조속한 회동을 제안했으며, “트럼프류의 보기 드문 리더십으로 미국이 더 한층 위대한 나라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이어 “공고한 미일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불가결한 존재”라며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꼭 만나서 양국에 긍정적인 논의를 하자”고 화답하고 “미일 관계는 탁월한 파트너십이며, 이 특별한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앞서 9일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사실상 확실해진 오후 3시 무렵 가와이 가쓰유키 외교담당 총리보좌관에게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을 찾아 트럼프 진영과 채널을 구축할 것을 지시하는 등 차기 트럼프 정권과의 채널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가와이 보좌관에게 “트럼프 진영 관계자들을 철저하게 만날 것”을 요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는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트럼프 진영과의 외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레이스에서 동맹관계의 재검토와 주일미군의 주둔비 부담 요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미일 관계를 위협하는 돌출 발언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 내에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인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새 지도자와의 친밀한 관계 구축은 앞으로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 추진에 있어 급선무다.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방미 당시 클린턴 민주당 후보만 만났다는 점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서두르는 이유다. 당시 회동이 클린턴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 외교당국은 클린턴과의 회동이 트럼프 당선인에 나쁜 인상을 심어줬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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