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낸 줄 알았는데 복채 내고 있었네’
지난 주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서 등장한 이 손피켓에 누리꾼들은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환호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 최순실씨 관련해 ‘오방낭’, ‘팔선녀’, ‘우주의 기운’ 등 무속적 느낌의 단어들이 따라붙자 ‘최씨가 실은 무당이 아니냐’는 추측이 불거진 것이다.
미 공영방송 NPR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도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 무속인이 관련돼 있다”, “사이비 종교 교주의 딸이 주요 국정에 개입했다”며 최순실 게이트를 집중 보도했다.
이에 한국 ‘무당계’에서도 “최순실씨는 사이비 무당”이라며 분노했다. 1일 포커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원복 한국무신교총연합회 회장은 “최씨가 진짜 무당이라면 현재와 같은 정국파탄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면서 “무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지금은 누구도 ‘최순실’과 엮이기 싫어한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긴급체포된 최씨가 소환 과정에서 들고 온 가방이 수백만 원대를 호가하는 명품 ‘토즈’ 가방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즉각 토즈 매장 직원이 “최씨가 든 가방은 우리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한편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씨도 ‘최씨와 친분이 있으며 군 무기 도입 사업에 손을 뻗쳤다’는 의혹이 일자 린다 김씨도 “최순실씨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일보는 린다 김 측근의 말을 빌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또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전일 열린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정무수석 재임 11개월동안 대통령과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면서 “(최순실) 얘기를 들은 적 있을 뿐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최씨 관련한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배후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2일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씨에게 연설문 등을 넘겨주거나 최씨의 존재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진박’을 자처하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박 대통령의 연설을 담당하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일제히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가 청와대에서부터 경제·문화·보건의료계까지 전반에 걸쳐 활개치고 다닌 흔적들이 각종 보도로 연일 드러나는 가운데, 모두가 ‘최순실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 역설적이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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