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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봇물…진통 겪는 대학가

학회장들 "민중연합당과 논의"

고대 총학회장·부회장 탄핵안

이대, 운동권 개입하려하자 차단

서강대는 총학-학내 분파 갈등

31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앞에서 ‘시국을 걱정하는 광운대학교 교수 모임’ 소속 교수들이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우려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현 내각을 사퇴시키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로 대학가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시국선언문 작성을 두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시국선언문 낭독과 함께 별신굿 공연을 펼쳐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대학도 등장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은 지난 27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시국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무가 정지됐다. 각 단과대 학회장들이 민중연합당 세력과 논의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 회장단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한 것이다. 민중연합당은 위헌정당 판결을 받고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의 계보를 잇는 세력으로 지목된 단체다. 고려대 학생들은 총학생회 이름으로 작성하는 시국선언문에 통진당 세력 등 운동권 단체의 정치적 시각이 반영됐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입학 의혹으로 농성을 벌였던 이화여대도 시국선언을 두고 운동권 학생들이 개입하려 하자 정치적 색깔을 배제하기 위한 선 긋기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는 28일 시국선언을 앞두고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앞서 26일로 알려진 시국선언 주체가 총학생회가 아닌 학내 분파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밝혀지자 학내에서는 총학생회의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거 올랐다.

또 서울대는 27일 발표 예정이었던 시국선언문이 표현의 차이 때문에 하루 늦게 발표됐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에 ‘공화국’과 ‘주권자’ 등의 단어가 들어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재작성한 것이다.

한예종 굿판 ‘시굿선언’ 진행

광운대 교수, 혼용무도 선언 등



국정 농단 사태 이색 비판도



대학가에서는 단순한 시국선언문 낭독 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동원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는 31일 교내 예술극장 앞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개입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동해안 별신굿 공연을 펼치는 ‘시굿선언’을 진행했다. 한예종은 시국선언 전 미리 공개한 포스터에서 ‘위협을 물리치고 안전을 기원’하는 별신굿을 지낸다고 밝혔다. 또 포스터에 ‘시국선언’ 대신 ‘시굿선언’으로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광운대 교수들은 교내에서 교수 64명이 연명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우려하는 시국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의 사죄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정욱·양사록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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