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부상에 따른 글로벌 무역 둔화와 선진국에서 두드러진 디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발간해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1.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4월에 내놓은 보고서 전망치인 2.8%보다 1.1%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WTO는 보고서에서 무역 둔화가 경제성장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무역의 극적 둔화는 심각한 문제”라며 “커지고 있는 반(反)세계화 정서와 맞물려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교훈에 귀를 기울이고 무역의 개방성을 되새길 순간이 왔다”며 “이것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자유무역 기조의 퇴보와 무역장벽의 증가가 2012년 이후 글로벌 무역을 크게 위축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이와 함께 오랜 기간 이어진 저물가 현상을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위험요소로 꼽았다. 물가 상승률 하락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통화정책의 약발이 떨어지고 경제주체들이 투자 및 소비를 주저하게 돼 경제활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디플레이션 함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다.
IMF는 “상품 가격 붕괴와 지지부진한 수요로 인한 저물가는 광범위한 현상이 됐다”며 “이는 특히 선진국 경제를 완벽한 디플레이션 함정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저물가 상황 탈출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성장 촉진을 위해 정부가 재정정책, 임금상승을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수요를 늘리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기구의 보고서는 다음달 7~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WB) 추계회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무역 둔화와 각국의 재정·통화정책 점검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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