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찔한 ‘레드’(Red)가 되어 돌아왔다. 경쾌한 음악과 무대는 여전히 빛났고, ‘새 얼굴’이 빚어내는 찰떡 호흡은 웃음과 코끝 찡한 감동을 오가며 관객을 휘어잡았다.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빨간 부츠, 2년 만에 한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또 한 번 섹시한 워킹을 선보일 뮤지컬 ‘킹키부츠’다.
“너 자신이 되어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세상 시선으론 비정상(?)인 주인공 롤라가 정상인척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외친다. 이 통쾌한 ‘한 방’은 뮤지컬 킹키부츠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초연한 이 작품은 드랙퀸(여장남자) 롤라와 망해가는 신사화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만나 드랙퀸용 부츠인 ‘킹키부츠’로 재기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각각 ‘권투선수’, ‘가업 승계’라는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쳐 괴로워했던 두 남자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이해하며 한 뼘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한 음악과 스토리에 담아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흥겨운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다. 80년대 팝 아이콘 신디로퍼가 만든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 등 중독성 있는 넘버는 공연 내내 귀에 감긴다. 롤라와 그의 드랙퀸 친구 ‘엔젤’들이 펼치는 화끈한 쇼가 더해져 귀는 물론 눈까지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새로운 롤라·찰리가 빚어내는 호흡은 기대 이상이다. 이번 공연 캐스트 중 초연 롤라 강홍석을 제외한 정성화(롤라), 이지훈·김호영(찰리) 등 주요 배역이 모두 새 얼굴이다. 이 중 정성화는 ‘드랙퀸’이라는 색깔 강한 캐릭터를 만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훌륭하게 소화했다. “드랙퀸이 디바라면, 트럼프가 머리 말고 치마 두른 게 그냥 여장남자야”, “(레드를 강조하며) 권사님들 가방, 할머니가 뜨는 목도리, 팥죽, 선지 그런 게 벌거죽죽 벌건디야” 등 웃음을 유도하는 대사나 애드리브 처리도 자연스럽다. 이지훈 역시 자칫 개성 강한 롤라에 가려질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 ‘찰리’를 맡아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며 멋진 합을 이끌어 냈다.
공연장의 음향 상태는 옥에 티였다. 2일 개막 공연의 경우 1막 중반부터 2막까지 수시로 스피커를 통해 잡음이 섞여 나왔다. 20분의 인터미션(1막 후 쉬는 시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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