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과 관련 “국회의장 자격을 상실했다”며 사과와 사퇴를 동시에 촉구했다.
김정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의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장의 ‘우병우·사드 언급’ 논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 의장의 개회사는 가희 충격적이고 편향 그 자체”라며 “더민주 대변인인지 알 수없고, 편향된 일부 시민단체 정치공세성 논평과 다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회법이 정한 의장의 중립 의무를 내팽개친 초유의 사태”라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에 대해 정파적으로 재단하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공수처 신설 주장,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는 비판없이 사드배치를 사실상 반대한 것은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내팽겨쳐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분이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의장인지, 일부 편향된 시민단체 대표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여야가 힘들게 합의한 추경처리를 앞둔 엄중한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재를 뿌렸다”며 “국회의장 망언을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각을 세웠다. 김 대변인은 “(20대 국회들어) 수차례 원내대표간 합의를 파기하고, (더민주 소속의) 유성엽 교문위원장 날치기와 날치기 청문회에 이은 국회의장 폭거까지 더해 더민주와 의회의 독재 서막을 알렸다”며 “정 의장은 오늘로 국회의장 자격을 상실했다”고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더민주 입장을 계속 주장하려면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더민주당으로 되돌아 가라”고 촉구했다.
정 의장 발언 중 여당이 집중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관련 언급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용인될 수 없다.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내 친박 핵심은 우 수석의 비리의혹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인데, 마치 우 수석의 비리혐의를 사실로 몰고가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어 “민정수석은 티끌만 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하고, 검찰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라며 “그 당사자가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을 깊이 있게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입장을 두둔했다. 정 의장은 “사드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는 응분의 제재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 간 치킨게임의 관망자로 있어야 하느냐.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고, 일부는 개회사 도중 시위성 퇴장을 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하지만 야당은 정 의장이 민의를 얘기한 것일 뿐인데 정치적 중립 위반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황당해 하는 반응이다.
야당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 문제는 정 의장이 민의를 반영한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여당이 저런 반응을 보일 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정 의장측은 즉각 반박했다. 정 의장측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의수렴과 주변국과의 관계변화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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