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달 중순 우리 정부 측에 직접 귀순 의사를 밝혀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에서 한국으로 직행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유럽 내 북한 주재원이 지난해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을 갖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태 공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 수백만달러를 가지고 탈북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태 공사의 가족은 지난 7월 중순 잠적한 직후 우리 정부에 직접 귀순 의사를 타진, 제3국을 거치지 않고 7월 하순께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치밀한 귀순 작전에 따라 한국행이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태 공사 가족이 한국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탈출 초기에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안가를 지원하는 등 도왔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태 공사가 탈출 당시 가족들을 데리고 런던에 있는 주영 한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관리들이 그 이후 태 공사 일행이 서울로 가는 것을 순조롭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영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태 공사가 주영 한국대사관 안으로 들어왔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태 공사의 귀순으로 북한 고위급 엘리트계층의 도미노 탈북이 조명을 받는 상황에서 유럽의 한 국가에 주재하던 북한 노동당 39호실 소속 A씨가 지난해 수십억원 상당의 자금을 갖고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A씨는 해당 지역에서 북한 자산을 관리해왔으며 그가 들고 잠적한 자금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나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 체류 중이며 현지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관련해 그의 잠적 시점이 지난해가 아닌 올해 6월이며 북한의 유럽 내 자산 관리를 총괄하면서 총 4,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전액을 들고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 공사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관리하던 김정은의 통치자금 580만달러(64억여원)를 갖고 탈북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대사관이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한 개인이 해당 금액을 다 빼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어서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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