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환상을 보여주기 위해 만화가 만들어졌는데 가상현실(VR)이 만화가 보여주는 환상이 필요 없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만화의 가치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만화 이론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만화의 이해’ ‘만화의 미래’의 저자인 만화 이론계의 거장 스콧 매클라우드는 28일 부천만화축제 행사 참석에 앞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 만화는 VR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상 기술이 만화에 접목되는 상황 외에도 미래에는 좀 더 다양한 만화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매클라우드는 “미래에는 다양한 만화가 나올 것”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일본이 20세기 만화 강국이었던 것처럼 대다수 국가들에 만화가 그들의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출간된 ‘만화의 미래’에서 웹툰의 부상을 예상한 그는 “웹툰은 성공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도 웹툰이 인기가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종이책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주제를 소개한 웹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웹툰과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만화가 공존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은 웹툰이 인기가 있으면 해당 만화가 종이책으로 출간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웹툰은 웹에서 종이책은 종이라는 매체 안에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작자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매클라우드는 만화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와 기관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올바른 주제·포맷·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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