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가해 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임원진이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한글을 몰라 허위 광고인지 몰랐다‘는 등 무성의한 답변을 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등 전·현직 임원 5명으로부터 서면조사 답변서를 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서면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실험결과 보고서를 은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은닉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대·호서대 교수에게 별도의 자문료를 지급한 경위에 대해서는 “의뢰한 흡입 독성 실험과 별도로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제인 전 대표 외에 다른 임원들도 대체로 “모른다”, “관여한 바 없다”, “기억에 없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옥시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임원은 제품 용기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허위 문구를 넣은 것에 대해 “한국어를 몰라 문구를 점검할 수 없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해왔다.
이번 서면조사 대상자 중 2명은 제품 판매 전 미국 연구소 등에 의뢰한 추가 독성실험에서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시인해 본사 차원에서 살균제의 유독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낳았다.
검찰은 1차 서면조사 답변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2차 서면 질의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한편 제인 전 대표는 최근 국내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준기자 gogunda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