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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화석 寶庫 구문소...고랭지 '배추바다'...여름, 쉼표를 찍다

[ ‘피서지의 끝판왕’ 강원도 태백]

황지천 하구 물길 지나는 구문소

아치형 석회동굴 독특한 형상 장관

해발 1,000m 자리한 귀네미마을

65만㎡ 달하는 배추밭 탄성절로

시간이 멈춘듯 옛 모습 그대로

'철암탄광역사촌'도 가볼만

한강·낙동강 발원지축제 등

볼거리·놀거리·즐길거리 가득

귀네미마을을 둘러싼 비탈 전체가 온통 초록색 배추로 뒤덮인 모습은 흡사 산에 나무를 베고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 달 월급을 100만원씩 받았어요. 큰돈이었죠. 그때는 컨베이어벨트로 실려 나오는 석탄의 양이 끝도 없었어요. 돌과 석탄을 따로 골라내느라 쉴 틈이 없었지요. 장성에서 캐내 온 탄이 벨트를 타고 이곳으로 쏟아지면 화차에 실어 전국 각지로 보냈어요.” 지금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틈틈이 문화관광해설사 일도 하고 있는 최모(60)씨는 강원도 태백에 탄광이 번성하던 시절 선탄 작업을 했다. 굴에서 파내온 돌의 색깔은 모두 검었지만 이를 전깃불에 비춰 보면 탄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돌은 어두웠다. 그 시절 태백의 영화는 하늘을 찔렀다. 회사에서 학자금까지 지급돼 아이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천연기념물 417호인 태백 구문소는 철암천으로 흘러 들어오는 황지천 하구의 물길이 지나가는 아치형 석회동굴이다.


지나가는 개들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태백의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것은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다. 한때 태백시의 인구는 15만명, 철암동에만 3만명이 북적댔지만 1990년 합리화 조치 단행 후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기자가 태백시를 찾은 날 대한석탄공사의 폐업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전단이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탄가루로 찬란하게 빛나던 영화의 숨결이 마지막 불꽃처럼 깜박거리는 가운데 이제 태백은 관광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광업이 주요 산업이던 태백의 관광자원은 지질학적 현상과 관계된 것이 많다. 고생대 중엽 데본기에 번성하던 육상식물들이 매몰돼 석탄이 생성됐고 또 당시를 전후해 삼엽충과 물고기들이 흙더미에 깔려 이제는 돌 더미에 화석으로 남아 진화한 인간의 구경거리가 됐다.

검은색 탄가루가 찬란하게 빛났던 탄광도시의 영화는 명맥만 남은 채 태백은 이제 관광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사진은 철암탄광역사촌.


천연기념물 417호인 태백 구문소(求門沼)는 철암천으로 흘러들어오는 황지천 하구의 물길이 지나가는 아치형 석회동굴이다. ‘구문’은 구멍·굴의 옛말로 ‘구문소’는 ‘굴이 있는 늪’이라는 의미이며 부근 석회암에서는 물결 자국, 소금 흔적 등의 퇴적 구조와 삼엽충·완족류·두족류 등의 다양한 생물화석이 출토돼 전기 고생대의 퇴적 환경과 생물상을 엿볼 수 있다.

태백경찰서 뒤편 고둥바위에도 소라와 전복의 조상인 복족류의 화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바위에 각인된 화석들은 형태가 복잡해 잘린 면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이는데 배로 기어 다니는 특성상 배에 발이 달린 것 같다고 해 복족류라 부른다.



구문소의 화석을 구경하며 기웃거리는 동안 장마철답지 않게 한편에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기회를 놓칠세라 일행은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마을로 향했다. 삼척시 신기면 환선굴 바로 위에 위치한 귀네미마을은 해발 1,000m에 자리한 전형적인 산촌으로 동네를 감싸고 있는 산의 형세가 소의 귀를 닮았다고 해 한자로 우이령이라 부른 데서 연유했다. 태백 쪽에서 올라오는 외길을 빼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삼척시 하장면에 댐이 생기면서 수몰지역에 살던 37가구가 이주한 1988년 형성됐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마을을 둘러싼 가파른 산을 뒤덮는 고랭지 배추밭(65만3,000㎡)을 보기 위해서다.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까지 마을을 둘러싼 비탈 전체가 온통 초록색 배추로 뒤덮인 모습은 흡사 산에 나무를 베고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아 보였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토밭에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신기해 배추밭에 들어가 보니 밭은 돌 반 흙 반으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였다.

운무가 덮였다 걷히기를 반복하기 수차례.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도 틈만 나면 옷깃을 여미고 차 안으로 들어가 떨리는 몸을 덥혔다. 7월 말이 무색한 태백의 저온 때문이었다. 진입로 입구 온도계에 17도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피서’가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라면 세상천지에 태백보다 훌륭한 피서지는 없을 것 같았다. 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 524-98.

◇2016 태백 한강·낙동강 발원지축제=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에서는 오는 29일부터 8월7일까지 10일간 ‘2016 태백 한강·낙동강 발원지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 시내 중심에 위치한 황지연못을 중심으로 낙동강 1,300리 소원성취 체험, 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수 채수 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과 마당극, 문화 공연, 전통혼례 재현 등 볼거리가 마련된다.

태백시 중앙로 일원에서 펼쳐지는 ‘얼水절水 물놀이 난장’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물놀이 판으로 뛰어드는 물총과 물폭탄 대전이다. 물놀이 난장은 이달 30일과 31일, 8월6일과 7일 주말에 열린다. 축제 기간 해발 1,000m가 넘는 오투리조트에서는 매일 오후7시30분부터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글·사진(태백)=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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