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향동지구와 맞닿은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 이곳은 경사도가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단독주택·빌라가 다닥다닥 들어선 전형적인 노후 저층 주거지다. 이곳의 한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는 조철래(71)씨는 연초 서울시에 ‘집수리 지원사업’을 신청해 4,000만여원을 지원받고 약간 더 돈을 보태 집을 싹 고쳤다. 현관 대문에서 집까지 데크·천장을 설치하고 보일러와 배관·새시·외벽까지 싹 고치고 나니 이전 세입자가 깜짝 놀랄 만큼 주거환경이 개선됐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이곳은 반지하라 어둡고 눅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집안은 환하고 쾌적했다. 조씨는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전 세입자나 동네 사람들도 예전의 그 집이 맞느냐고 할 정도로 많이 구경 오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원래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잠시 이곳에 머물 작정이던 그는 아예 눌러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히 “목돈이 생기지 않아도 매달 40만원 정도만 갚아나가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장기 저리(연 0.7%)로 가구당 최대 9,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집수리 지원사업’은 이처럼 노후 저층 주거지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신청자격도 특별히 제한돼 있지 않다. 정비사업구역이나 저층 주거지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신용불량자나 불법 증개축 주택의 경우에는 제한이 있다.
도봉구 방학동 저층 주택밀집지역에서 지원을 받은 A(37)씨도 시의 지원 덕분에 좀 더 여유 있게 집을 고친 경우다.
두 아이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원했던 그는 80㎡ 남짓한 주택을 헐값에 사들여 거의 시공비 수준의 리모델링을 진행해 완전히 딴 집으로 바꿨다. 이곳은 1종 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50%에 묶인 탓에 25년 넘은 노후주택만 가득한 곳이다.
그는 “시에서 지원받은 것은 전체 공사비 3분의1 정도지만 그 덕분에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지붕·벽체까지 욕심껏 손볼 수 있었다”며 “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주민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는 ‘집수리 지원사업’이지만 지난 4년여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청이나 이용률은 낮다. 노후 주택 개량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 같은 제도를 잘 알지 못해서다. 실제 배정된 예산의 절반 수준만이 집행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집수리 지원사업은 6월까지 총 178건, 37억3,613만원을 지원했다. 전체 예산 68억5,000만원의 55%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집수리 지원사업의 인지도가 낮아 집행 건수와 금액이 적지만 이달 말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가면 호응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집수리 지원사업 신청 건수가 늘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12년 1건으로 시작한 도시재생사업구역 집수리지원사업은 올 들어 6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5건)를 넘어섰다. 일반저층 주거지역의 신청도 꾸준해 지난해 수준(73건)은 무난히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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