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우리 국민 110명 전원이 17일 오전6시53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현지 공항에서 총소리·폭발음이 들리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민국(24)씨는 “출발이 지연됐다는 알림을 보고 기다리고 있는데 총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며 “공항 안에 있는 벤치 뒤에 숨으려는 사람들도 있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홍태효(56)씨는 “공항에서 폭탄 소리가 들릴 때는 벽이 진동할 정도여서 무서웠다”며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할 때 기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 승객들은 난생처음 듣는 총소리로 공포감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희원(27)씨는 “전투기 같은 게 날아다니면서 반란군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려 하자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는 등 ‘패닉’ 상태였다”고 아찔한 순간을 설명했다. “폭탄 소리에 총소리까지 들리고 나서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고 말한 한승훈(21)씨는 당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생각하기도 싫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아타튀르크 공항 운영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우리 국민 120여명의 발이 묶였고 이 중 제3국으로 환승을 희망한 1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110명은 모두 지난 16일 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터키항공편에 탑승했다.
정부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에 이어 불발에 그쳤지만 터키 쿠데타가 발생하자 재외 국민의 안전 확보 대책 마련에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이미 터키 전역에 여행 취소 또는 연기 및 철수 권고에 해당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은 황교안 총리 주재로 국민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터키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지원을 위해 외교부·경찰청 소속 직원 2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도 파견했다. 이들은 터키 주재 우리 공관과 함께 현지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국민의 추가 귀국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스탄불·앙카라 등 터키 지역에 교민 3,800여명과 다수의 여행객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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