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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변> 연결 과잉 시대...속도 늦추고 직접 소통하자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공자의 말씀을 모은 논어에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말은 굼뜨게, 행동은 재빠르게 하라’고 풀이된다. 말만 앞세우고 실행은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을 조심하라는 ‘당연한’ 가르침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엄청난 말을 쏟아낸다. 일상생활에서도 말들이 많다. 그러나 얼마나 행동하고 있을까. ‘언행일치(言行一致)’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합당하다.

전작 ‘돈의 인문학’으로 우리 사회에 비평했던 저자 김찬호가 새 책 ‘눌변-소란한 세상에 어눌한 말 걸기’를 내놓았다. 한 신문에 기고한 소통·고령화·교육·노동 등 주제를 다룬 칼럼 50여편을 모았다.

오늘날 미디어의 혁신 속에서 소통의 통로는 날로 팽창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의 친구는 날로 늘어나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친구를 맺는다. 하지만 정작 중대한 곤경에 처했을 때는 손을 뻗을 사람이 없다. 무한한 네트워크로 뻗어 있지만 개별적 소우주들로 파편화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연결의 과잉, 관계의 결핍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의 언어가 거칠고 상스러워지는 까닭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마음이 어지럽기 때문이다.”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악플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말한다. 즉 속도를 조금 낮추고 직접 소통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눌변’을 말재주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 전에 숙고하며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책에는 ‘소란한 세상에 어눌한 말 걸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불안과 두려움·혐오 등 부정적인 감정이 언어를 통해 남에게 금방 전염되고 사회에 확산한다는 게 이 책의 진단이다. 저자는 “소박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문명의 얼개를 추적하는 작업을 병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1만2,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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