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김해 신공항’으로 명명하고 오는 2021년 착공해 2026년 영남권 관문공항이자 거점공항으로 본격 개항하겠다는 청사진을 꺼냈다.
김해 신공항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간 확장에 제약됐던 소음과 안전성, 수용 가능성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게 된 게 핵심이다.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시계 반대 방향 40도로 3,200m 길이의 새 활주로를 만드는 것으로 항공기 이착륙 안전과 항공 수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바람의 방향,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지만 독립활주로를 신설하면 산악 장애물 쪽으로 비행하는 절차가 없어지게 돼 안전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하며 “기존 발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공항을 확장할 때 근처 땅은 안 건드리고 짓는 것을 생각해 활주로를 교체하거나 남쪽으로 연장하는 방안뿐이었다. V자 형태의 활주로 사이에는 2,800만명 규모의 대규모 국제선터미널이 신축된다. 기존 터미널(1,000만명)은 국내선 전용으로 활용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22일 “그간 밀양과 가덕도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제대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면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적인 기술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이고 신활주로가 건설되면 김해공항은 개조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공항시설 및 도로·철도 등 접근교통망 확충에는 약 4조1,7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밀양이나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것에 비해 최대 절반 수준으로 경제성도 낫다. 활주로 수용 능력은 현재 연 15만회에서 30만회로 2배가량 증가하고 연간 수용 능력도 1,734만명에서 4,000만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김해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의 빠른 성장과 함께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해공항의 경우 항공 수요가 연평균(2015~2030년) 4.7% 증가해 2023년께부터 활주로 혼잡이 시작되고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가량인 2,16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2009년의 수요 조사는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항공 수요가 급감했을 당시를 근거로 해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해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2000년 7개국 14개 도시에서 올해 14개국 38개 노선으로 늘었다. 항공기 운항 편수가 급증하면서 조만간 활주로 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으로 후속 추진에 있어 속도를 낼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경제성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비용과 효용을 평가해 결론을 내는데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제2의 허브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공항 자체의 경쟁력을 확충하는 게 과제다. 시간이 지나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꺾일 가능성도 있고 물류·면세점 등 관광·상업시설까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해와 영남권 내륙을 잇는 화물 연계 기지의 역할도 필요하다.
아울러 연간 2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울산·사천·포항 등 영남권 4개 공항의 경영난은 숙제다. 그나마 대구공항은 중국 관광객 증가로 올해 흑자가 기대된다.
군 공항 이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 공항과는 별개의 국제선 청사와 활주로를 놓는 것이라 군 공항 운영에 제약이 있을 여지가 없고 군 공항 관제에도 문제가 없는 까닭이다. 실제 ADPi의 용역 과정에서도 군 공항은 그대로 두고 산출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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